중3의 핸드폰 없이 살아보기 (2025.8.30)

by 몽당

8월 6일, 첫째의 핸드폰이 바닷물에 젖고 말았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A/S 센터에 가져갔다. 생활방수도 안 되는 기종이었고, 완전히 고장 나서 살릴 방법이 전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핸드폰을 사는 수 밖에. 그런데 첫째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이번 기회에 핸드폰 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개학까지 1주일 남아있었고, 개학을 하더라도 첫째의 생활 패턴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하교 후엔 집에서 두 시간 정도 자유 시간, 저녁 먹고 난 뒤엔 나가서 농구하거나 운동. 그러다가 10시 반이 넘으면 귀가. 씻고 자기. 이게 전부였다. 그래, 시도해 보자 생각했다. 해보고 싶으면 해 봐. 안 되겠다고 생각될 때 핸드폰 사줄게.

첫째는 원래 SNS 디톡스, 릴스와 쇼츠 끊기에 관심이 많긴 했다. 끊겠다며 앱을 삭제했다가 며칠 후 다시 깔아서 보는 패턴이 자주 되풀이 되곤 했다. 이번 기회에 아주 끊어야겠다고 각오를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첫째의 핸드폰 없이 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의 연락 문제 때문에 불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첫째는 자유시간을 대부분 집에서 컴퓨터 하거나 농구하며 보냈고, 친구들은 농구하면서 만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용돈이었다. 농구가 끝나면 친구들과 음료수를 사 먹어야 하는데, 핸드폰이 없으니 체크카드로 용돈을 옮겨놓을 수가 없어서 돈을 주고받는 데에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농구하러 나갈 때면 음료수 사 먹을 현금 3000원을 주었다. 그걸로 해결이 되었다.


처음엔 일주일 정도 하고 말겠지, 했던 첫째의 핸드폰 없이 살기 프로젝트는 의외로 2주가 넘어가고, 3주도 넘어갔다. 3주를 꽉 채웠을 때 첫째가 담임 선생님과 연락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첫째는 내 핸드폰을 통해 선생님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아무래도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첫째에게 이번 주말엔 핸드폰을 사자고 했고 그렇게 첫째의 핸드폰 없이 살아보기는 3주 3일로 끝났다.




어른인 나는 사십춘기이긴 하지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있는 덕에, 그것에 의지해서 한 시절을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에겐 역할과 책임이랄 게 없다. 결국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무리 속으로 뛰어든다. 그런 아이들에게 SNS는 단순한 연결 그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 첫째의 SNS 끊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도 밖에서 농구와 운동을 하다가 깊은 밤이 되자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들어온 뒷모습을 보았다. 첫째는 지난 3주간 그전보다 운동을 훨씬 더 많이 했다. 핸드폰이 다시 생겼지만 인스타는 깔리지 않았다. 나는 말없이 응원할 뿐이다. 첫째가 하는 모든 실험과 모험들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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