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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Feb 01. 2022

불행의 다음은 항상 더 큰 불행이었다. 그리고,

계절성 우울증, 생일, 자살의 상관관계

내가 두 번째 희귀 난치 질환인 CRPS(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를 선고받기 이전에 이미 난 오래전부터 첫 번째 희귀 난치 질환인 베체트와 혈관성 두통, 그리고 부정맥, 섬유 근육통, 경추 추간판 탈출증(목 디스크), 퇴행성 척추관 협착증, 위염, 역류성 식도염, 불면증, 거기에  원만하지 않았던 부부 관계로 인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회전 근개 파열로 오랜 기간 고생하던  어깨의 수술을 받게 됐고 그 수술 후의 후유증으로 CRPS(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진단을 받게 됐다. 그 이후로 자율신경 실조증 생겨 체온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지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절하는 치명적인 증상에 시달려야 했고 오랫동안 사랑하고 헌신했던 친정 가족들이 내게 등지는 모습을 겪고 보며 극심한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발목이 부러지며  발목 수술 후유증으로 다리마저 일반인들은 차마 참아내기 힘든 극한의 고통인 CRPS가 돼버린 후에는 산다고 해도 삶이 아니었고 말 그대로 죽지 못해서 사는 겪어보지 않은 이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두움. 불행 자체였다.




내가 불행하다여기게  그 순간부터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점점 더 힘들고 지치고 해결 방법이 없는, 너무 깊고 어두 바닥을 알 수 없는 우물 안으로 내던져진 듯한 마음과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말았다.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내 옆엔 내 아픔을 귀담아 들어줄 가족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었다.


지금은 오히려 '가 너무 아파서 이상하게 굴었던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께서는 그 당시엔 내가 전화를 걸어도 단 한통의 전화도 받지 않으셨고 어쩌다 전화를 받으셔도 '지금은 너와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몸조리나 잘하고 있어라' 전화를 끊어 버리셨었다. 오빠와 여동생과는 아예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누구도 절대 상상할 수 없는 통증과 고통, 남편의 실수로 일어난 친정 가족들의 나를 향한 오해, 나를 간병하느라 자신의 커리어를 답보시키고 있 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모르쇠로 만 일관하는 남편의 태도, 그 모든 것들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과 숨을 쉴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 그리고 연이은 불행, 불행, 불행들...


2019년 2월 13일

나는 죽었다.

비록 일주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다시 살아났지만 나의 모든 것이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말할 수 없이 깊은 내 상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후로 난 매년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온몸에 심한 격통과 단의 감정 변화를 겪는다.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겹쳐 생일(1월)까지 극혐 하게 됐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꿈에 나오는 이유로 잠을 자는 게 더 힘든 일이 돼 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엔 일어나는 것 무서울 지경이다. 눈을 뜨고 있어도 무섭고 눈을 감고 있어도 무섭다. 

숨 쉬는 순간순간 죽고 싶은 마음이 머리를 뚫고 나올 지경이다. 죽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가슴이 뻐근하다 못해 뼈가 부서질 것 같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말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TV보다 울고 밥 먹다 울고 화장실에서 울고 온 집에 눈물을 처바르며 지낸다.

약을 많이 먹고 취한 채로 지내보면 마음 아픈 것이 덜할까 싶었지만 약에 취해 있는 순간에 자제력을 잃을 것이 또한 두려웠다.

나는 두 번 다시 나의 죽음이 선택으로 보이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원하지도 않은 죽음, 내몰려진 죽음으로 내 노력과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차라리 수면제를 연달아 먹고 계속해서 잠만 자볼까? 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먹을 만큼 수면제 양이 많지 않다. 그리고 잠을 자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날 버린 사람들이 꿈에 나온다. 어디에도 도망갈 곳이 없다.

차라리 입원이나 빨리 하라고 연락이나 오지!

(Wash out과 두통 신약 때문에 받아놓은 입원장 있습니다) 그러면 주사 줄 꽂고 정신줄 놔 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더 울고 싶지도 않고, 다시 죽고 싶지도 않고, 더 가슴 아프기도 싫다.

아무 기억이나 내게 남겨두지 않고 지워버리던 해리성 기억상실은 이럴 땐 뭐하는 가 싶다.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백지처럼 지워버리고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은 골수에 새겨 넣은  선명하다. 내 몸에 깃든 병들은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몇 년의, 아니 몇십 년의 세월이 더 흘러야 그 후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아니면 다른 무엇의 이야기라도 편히 나눌 날이 내게 는 날이 있를 간절히 바란다.

손꼽아 기다린다.

내가 실패하지 않고 디고 지지 않고 살아남아 그날을 맞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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