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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Feb 10. 2022

남편에게 의지할 수만 있었다면

이기적인 개인 주의자

해리성 기억상실 되어 많은 기억을 잃고 기억의 순서가 뒤죽박죽인 상태가 되었지만 아프고 슬픈 기억과 상처들은 여전히 진하게 아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통제할 수 없는 인격들이 튀어나와 며 화를 내는 것도 변하지  다.(해리성 장- 해리성 기억상실과 해리성 둔주(인격장애)-를 함께 앓고 있습니다) 

하루에 열댓 번씩 하던 기절도 횟수는 조금 줄었지만 그래 봤자 8~9번으로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바랄 수도 없었다. 매일 같은 꿈을 꾸는 것이 너무 무서워 졸기는 하면서 막상 침대에 누우면 잠이 달아나 버렸다. 마약 진통제인 옥시코돈과 타진, 뉴신타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붓다 못해 살이 터지도록 찌고 빠지고를 반복했고 두통 후유증으로 생긴 안검하수 때문에 했던 쌍꺼풀 수술의 양쪽 실밥이 터져 버렸다. 이제 내 세상은 반쪽으로 잘라져 보인다.


그나마 유의미하게 매일 하려고 노력하는 일 이라곤 간신히 몸을 가누고 정신을 가다듬어 단 몇 줄의 글이라도 쓰는 일이었다.

제대로 쓰기 힘든 날들이 훨씬 많았만 그것마저 없었다면 나 스스로 무위도식하는 세상 쓸모없는 불필요한 존재라고만 여기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댓글 하나 달아주는 사람 없고 구독자 수도 지인 몇 명이 전부인 내 브런치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내 목숨줄 같기도 했었다. 누구라도 그 끝을 잡아 준다면.... 죽기 살기로 매달려 볼 텐데.

세나개 출연과 브런치에 작가로 합격한 일이 지옥 같이 느껴지기만 하던 내 일상에 큰 환기가 되기는 했. 하그렇다고 해서 내 몸 상태가 나아진다거나 내 마음이 완전히 평화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매일 반복되는 말할 수 없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불안증 등마음 피폐해짐을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사를 나오던 날 큰 실수를 했던 남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어느 부터인가 내가 아픈 순간순간에, 또 딸이 아파 남편에게 의지해야 하는 모든 순간에 몸은 비록 부탁하는 대로 움직여 주었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함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다.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모든 일들에 대해 자신이 했던 그 순간의 행동이 최선이었노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당시의 일에 대해 말을 꺼내기만 해도 짜증과 신경질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단 한번도 진심으로 사과를 해 본적이 없었고 그것은 내게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남편이 보인 그 반응은 흡사 유치원 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규칙을 지키지 않고  를 쓰고 골을 부리며 '아 몰라. 나도 모르겠으니까 맘대로 해. 나더러 더 이상 어쩌라는 거야' 이렇게 배 째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또 지나간 일들을 모두 덮어 두고 생각해 본다면 남편 또한 엄청 힘든 시간이었을 거란 걸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도 해보자면 막내로 태어나 자신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뭐든지 해결해 주시는 부모님과 형이 있었고(매사에 말만 앞세우는 경우였어요) 서로 의지가 되는 부부가 되지 못했던 건 시부모님께서 부부애가 그다지 좋지 못하셨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제대로 못 봤으니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그럴수록 자식에게 본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야죠. 그게 지성인이고 부모죠.) 자신이 다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치며 장담한 일들이 흐지부지 될 때엔 좌절감이(무슨 일이든 야무지게 처리하는 모습을 본적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언제나 마무리는 제 몫이었죠) 크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결(結)을 맺기 위해선 함께 세운 기(起)와 그 일이 이어지는 승(承)그리고 자신이 장담한 대로 변화하는 (轉)을 제대로 이뤄야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는 내 의지를 담은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남편이 변할 것을 믿고 바라고 기다리고 참고 인내하고 싸우고 달래고 화내고 애원하고 미워하고 매달리고 증오하고 가르치고 안타까워하고 애태웠지만 그 모든 것들은  내 헛된 기대였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 생각하게 됐다.

남편은 이기적인 개인주의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바로 그 자체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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