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이야기-입원했다가 입양 갈 뻔하다 2

할아버지의 반응

by 막뚱이



입원을 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입양 이야기가 오가던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은 다행히도 안 가게 되었다. 원숭이 오빠 부모님께선 집에 여유가 있는 만큼, 교육도 잘 시키며 잘 키워, 왕래도 자주 할 거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설득하셨지만, 이 사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원숭이 오빠의 아버지께선 작별 선물이라며, 과자를 마음껏 고르라며 나를 병원 1층 매점으로 데려가셨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실 입양이 결정되었고, 과자를 핑계로 끌려가는 건 아닌지, 이대로 가족들과 영영 헤어지게 되는 건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며, 온 신경이 곤두섰다. 과자를 한 아름 안고 다시 병실로 돌아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 과자 한 아름,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떠난 원숭이 오빠네


그리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치고 나서야 안심하며 사주신 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때 그 감정, 분위기와 매점에서 파는 네모난 우유후레쉬빵의 향이 생생하다.


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 문득 그 일이 생각나 할머니께 그때 일을 여쭤봤다. 할머니도 물론 기억하고 계셨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조각을 이어 붙여주셨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기다, 진심이란 걸 알게 되신 후, “우리도 식구가 적어서 더 데려다 키울라요.”하고 완강하게 거절 의사를 표했다는 것. 진심이었던 원숭이 오빠네와 우리 할아버지. 그렇게 해서 나는 이 집에 남고, 이렇게 조손일기도 쓰게 된 것이다.

인생에는 여러 전환점과 선택들이 있다. 수많은 인생의 if들.. 만약 내가 그 집의 딸로 입양되었다면 내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가끔 상상한다. (참고로 mbti 확신의 N이다.) 할머니께도 “그때 할매는 나 보낼 생각 없었어?”하니까 말도 안 될 소리라며,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으셨다. 귀한 손녀딸을 보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슬퍼지신 것.


가난했지만, 이런 사랑을 먹고 자랐다.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남한테 절대 못 보낼 귀한 손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어떻게 보면 어렸던 내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얼마나 귀엽고, 영특했길래 딸로 탐이 날 정도지?’ 하는 특유의 정신승리로 자존감 넘치게 해석해버렸다. 실제로 원숭이 오빠의 아버지께선 나를 두고, 똑똑해서 공부를 잘할 것 같다고 하셨다고 한다. 사람 보는 눈이 있던 할아버지도 역시 유독 ‘얘는 나중에 똑똑할 거’라고 할머니께 종종 말씀하셨는데, 이건 분명한 사족이다.



종종 궁금하다. 원숭이 오빠네는 어떻게 살고 계실지.

가끔 생각나는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계실지,


‘원숭이 오빠! 그때 재밌게 잘 놀아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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