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일이다. 공원 잔디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던 일곱 살 아들이 물었다. 어린이집에서 네 잎 클로버는‘행운’이라고 배웠다고 한다. 네 잎 클로버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는지 사방에 깔린 세 잎 클로버에 눈길이 갔나 보다. 순간적인 질문에 대강 답변을 얼 버부리고 얼른 핸드폰을 검색했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행복’이었다. 아들에게 세 잎 클로버 뜻을 설명해줬다. 아들은 왜 세 잎 클로버가 ‘행복’을 뜻하는지 되물었다.
“응, 행운은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니까 쉽게 찾을 수 없는 네 잎 클로버 같은 것이고, 행복은 일상처럼 항상 가까이에 있는 거니까 쉽게 찾을 수 있는 세 잎 클로버와 같다는 뜻이야.”
알고 답했다기보다 설명하다 보니 완성된 말이었다. 일곱 살 아들 덕에 네 잎 클로버와 세 잎 클로버의 꽃말과 그 의미를 알게 됐다.
아들이 여덟 살이 된 어느 날이었다. 길가에서 세 잎 클로버를 발견한 아이가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이가 세 잎 클로버와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준아, 세 잎 클로버가 무슨 뜻인지 알아?”
“아빠, 이제 세 잎 클로버 뜻은‘행운’ 아니에요?”
“응? 왜?”
“코로나 때문에 키즈 카페도 못 가고, 밖에도 잘 못 나가잖아요. 그러니까 일상이‘행운’이죠.”
아이는 무심한 듯 코로나가 바꾼 일상을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아이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변화된 세상을. 코로나로 빼앗긴 일상의 상실감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우리 곁을 떠날 때가 있다. 언제나 옆에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잃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들이 많다.
어느 시인은 말했다.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신기한 것들은 보통 나와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재능과 재주, 화려한 볼거리 등등. 당연한 것들은 나와 가까이 있어 알아채기가 힘들 때가 많다. 평범한 나 자신, 가족, 그리고 일상.
한참을 찾아 헤맨 파랑새가 집 안 새장 속에 있었다는 동화 속의 메시지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가까이 있는 당연한 것들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를 숨 쉬게 하는 공기처럼. 애 키우고 밥벌이하느라 쏜살같이 노인이 돼가는 줄도 모르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처럼.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면서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여덟 살 아이를 통해 다시 깨닫는다. 아직도 주변에는‘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행운들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질문을 던져야겠다. 당연한 것들에. 관심을 갖어야겠다. 평범한 것들에. 그리고 감사해야겠다. 나를 이루고 있는 일상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뒤늦게 땅을 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