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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19. 2024

[단편소설] 선택

펫 로스 증후군

10년 넘게 같이 산 반려동물이 죽는다면 무슨 감정을 느낄까. 공허감. 우울. 불안. 미안함…. 그녀는 그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죄책감이 머리를 누르고 환청이 몸을 거동할 수 없게 한다.


 이 모든 것은 한 선택에서 일어났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안락사하죠."


 무덤덤한 말투와는 달리 떨리는 손을 가리기 위해 손을 포갠 상태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되돌릴 수 없음을 알지만 반려동물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까지 몇 차례 수의사가 안락사를 권한 상태였으나, 그녀는 안락사를 할 수 없었다. 저 작은 생명의 심장이 파동을 멈춘 채 썩어가는 몰골을 보고 싶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같이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이기적인 생각을 했더랬다.


 그랬던 그녀가 생각을 바꿨다. 안락사를 진행하자고.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보다 고통에 앓는 모습을 보는 게 더 고통스러움을 깨달은 것이다.


 작은 생명의 장례식은 소소하게 진행됐다. 파동을 멈춘 그것의 몸 주변에 있는 꽃을 보고,  그 몸이 너무 초라해서,  그녀는 그제야 나오지 않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후로 그녀의 상태가 눈에 띄도록 나빠지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나오질 않고. 식음을 거부했으며. 햇볕을 쬐지 않았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그녀를 병원으로 억지로 데려갔다. 의사가 말했다. 펫 로스 증후군이며. 우울증이 심하다고.


 햇볕을 많이 쬐고, 많이 운동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는 말과 함께 약이 처방됐다. 처방은 병과 달리 간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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