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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Jul 11. 2019

알코올과 민트

 

공기 중에 알코올 냄새와 민트 향이 부유했다.

그것이 죽음의 냄새였으리라.

나는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좁은 구멍을 통해 나온 알코올 냄새와 알싸한 민트 향, 계속해서 머리를 빗어대던 그 손길.


사람이 저편으로 건너갈 때 큰 숨을 한번 들이키고 간다고 한다. 허어-하는,

큰 숨. 삶과 죽음이 갈리는 그 한 번의, 숨.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가르는 것은 알코올 냄새, 민트 향, 그리고 큰 숨 한 번인 것이다.

나는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할아버지 몸이 차가워, 근데 할아버지 왜 가만히 있어?  

내 손을 잡고 입관에 다녀온 동생은 나에게 물었다.

온기와 숨, 그것이 산 자와 죽은 자를 결정했다.

죽음을 모를 동생에게 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흔히 해주는 죽음에 대한 상용 어구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좀 오래 주무시는 거야’ ‘잠깐 다른 곳에 가신 거야’

할아버지 몸 안에 더 이상 피가 없기 때문이야, 종이에 베여도 할아버지는 더 이상 피가 나지 않아

내가 답했다.


장례식장으로 돌아온 후 동생은 계속 내 손을 붙들고 있었다.

얼마 전 두꺼운 종이에 손을 베여 희미하게 피가 배어 나온 반창고를 하고 있던 동생은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동생은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죽음이 돌아다니던 장례식장에서 동생과 나는 손을 붙잡은 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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