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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10. 2019

나는

사람들이 요즘 나에게 유해하다고 한다. 유해하다, 그게 뭔데?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느낄 수 있는 불쾌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반항적인 마음이 든다. 그냥 무기력하다. 요새는 잘 뛰지도 않는다. 다 귀찮다. 

나는 유해한 이다. 내가 더럽기 때문이고 내가 많기 때문이다. 나한테 병균이 많다고 한다. 꿀벌들과 뒤영벌들은 꽃가루를 옮기는데 나는 병균을 옮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에게서 내가 받는 것과 같은 시선을 받는 이들이 있다.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부터 오는 그 시선. 내가 걸어 다니는 이 거리에 왜 위치하고 있는 거지, 라는 속마음이 느껴지는 시선. 이들은 유해한가? 병균이 많아서, 많아서, 유해하다, 고 여겨질 거야. 무해한 삶을 살려고 해도 유해한 존재로. 하지만 이들은 날 유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에게 정을 베푸는 것은 이제 이들뿐이다. 불쾌한 시선을 주지 않는 것도 이들뿐이다. 

아빠 손을 잡고 지나가던, 멜빵바지를 입은 어린아이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의 아빠는 화들짝 놀라며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조심해! 

아빠, 왜? 

손대면 안 돼. 

왜?

그건 나쁜 새니까.

왜?

비둘기는 나쁜 동물이야. 사람들에게 나쁜 병균을 옮겨서, 나쁜 동물로 정해졌어.

나의 조상은 올리브 나무 가지를 물고 땅의 소식을 전해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유해 동물의 상징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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