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이었던 그 시절 엄마에게

[잠비아/짐바브웨] 빅토리아 폴스(Mosi-oa-Tunya)

by 삼남매

드라마를 볼 때, 내가 겪었던 일들 또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 때문에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가 있다. [응답하라 1988]의 택이가 나에게는 그런 존재였다. 엄마를 잃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가끔은 택이의 대사 하나하나에 눈물이 났다.


드라마가 끝난 후, 그들이 [꽃보다 청춘]으로 아프리카를 갔을 때도 배우가 아닌 택이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느낌이었다. 최종 목적지인 빅토리아 폴스에 도착해 환호했을 때, 꼭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택이가 느꼈던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Mosi-oa-Tunya’

빅토리아 폴스를 부르는 현지어로, 뜻은 ‘천둥 치는 연기’라고 한다. 정말 이보다도 찰떡인 이름은 없다. 절벽 밑으로 낙하하는 폭포 소리는 천둥 치는 소리와 같았으며, 폭포 주변에는 물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몽환적이었다.


처음에는 폭포에 압도되어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 내 안에 있었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폭포에 휩쓸려 나가듯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동시에 광활한 자연 앞에 서 있는 내가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처럼 천년만년 머무는 것도 아닌데,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 가는 별거 아닌 존재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많은 것들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는지. 아등바등했던 지나간 나의 청춘이 안쓰러웠다.



내가 태어나서 만난 엄마는 스물두 살의 꽃 다운 청춘이었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던 그녀가 가정을 이루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 엄마는 어른이 되어가는 청춘이 아닌 이미 완성된 어른이었다. 음식도 뚝딱뚝딱 만들고, 말 안 듣는 우리 삼남매를 호되게 혼내고, 거침없이 우리 집을 진두지휘하는 강인한 어른이었다.


그런 모습들 때문에 엄마에겐 무섭거나 두려움 같은 감정 따윈 없을 꺼라 생각했다. 엄마가 본인의 이야기하기 전 까지는 엄마에게도 무섭고 두려웠던 시간이 많았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엄마는 우리보다 훨씬 어렸던 다섯 살 무렵 엄마를 잃었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과 행복한 추억이 없었다. 대신 엄마가 없어서 아팠던 기억과 슬펐던 추억이 많았다. 그러한 이유로 엄마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물어볼 엄마가 없기에,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가졌을 땐 무서웠다고. 과연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됐다고 했다.

내가 태어났고, 엄마는 모든 게 처음인 상태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나를 키웠다. 모든 것이 익숙지 않아, 나를 잘 키우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아프거나 종종 잘못된 행동을 할 때면 모든 것이 본인 탓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때의 엄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지고 나니 홀로 이런저런 걱정했을 그 시절 엄마가 애처로웠다. 나처럼 엄마도 엄마가 있었다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위안이 됐을 텐데 엄마는 그러질 못했다.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내가 그 시절 나의 어린 엄마와 마주한다면, 고생했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당신의 자식들은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알기에 당신을 존경하고 있다고.


그러니 짧은 인생 속 찬란한 청춘을 살고 있을 어린 나의 엄마,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잠시라도 청춘을 즐기기를. 인생이 허무하지 않게 본인의 삶을 살기를.


엄마의 청춘을 먹고 자란 내가 미안해지지 않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택이가 뛰었던 번지점프 대에 둘째가 서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뭉클해져 눈물이 핑 돈다. 셋째도 같은 기분인지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나, 둘, 셋, 카운트와 함께 둘째가 뛰어내렸고 우렁찬 비명소리가 들렸다.


번지 점프를 마친 둘째가 우리에게 소감을 이야기해준다. 떨어지기 전, 번지 점프대에 서있을 때가 가장 무서웠고, 하강하는 순간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고 했다. 떨어지는 순간에는 주변의 경관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올라오기 전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 비로소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직은 청춘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에 마음껏 해보자. 두려움에 마음을 뺏겨 아등바등하다 남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렇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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