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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Dec 14. 2023

문학은 자유다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무고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 시대가 반복되는 중이다. 인류가 저지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많은 일 중 하나가 전쟁이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폭력의 주된 사례가 자국 정부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현실을 『타인의 고통』에서 수전 손택은 근본적인 악이라고 말한다.   

  

 이라크 전쟁 전후의 현실 정세에서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양심의 명령을 살펴본 수전 손택은 지금도 우리에게 과제를 던진다. 저자는 미국인이면서 미국의 은폐된 역사, 베트남 전쟁의 허위, 아메리카 드림의 실상을 폭로한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데 미국의 부가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음을 숙고할 일이라고.  

    

 내가 경험하는 전쟁은 이미지로 현실에서 떨어져 보이는 한 조각일 뿐이다. 내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연민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고통스럽다. 한 걸음 나아가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연민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수전 손택은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글에서 문제로 제기한 '우리'라는 말에 몰두하게 된 상황에 다시 집중한다.        

 당면의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상에서 살다 보면 '나'는 늘 희석되고는 한다. 과거 농업 중심 사회에서 작동하던 언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나'를 옭아맨다. 마치 ‘우리’라는 말을 하면서 정말 우리가 된 것 같은 착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우리 안에 내가 없는 삶을 살아오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이 흑백사진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개인을 앞세우게 된 시절이 그리 멀지도 않다. '우리'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살아오면서 자주 발견한다. 그럼에도 '우리'를 앞세워 '개인'을 존중하지 못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면은 더 크게 드러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진의 영향을 강조한다. 사진 기술이 발달해 오면서 이 세계는 진실과 왜곡, 사실 조작으로 인한 대중의 여론 형성 등 권력으로 현실을 미화하기까지 사진이 가져온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전쟁을 담은 사진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선택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결과는 예측하는 방향대로 흘러왔다는 것이다. 흑백사진에서 색감 풍부한 사진까지 볼 수 있었던 사진에 이제 선택권은 없어 보인다.       


 현대에서 넘치는 이미지가 그렇듯이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주는 영향은 사고 영역에 깊이 스며들고는 한다. 이미지의 힘이다.    

  

 사진이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설명하는 첫 번째 사고방식은 대중매체가 주목하는 것들을 대중들도 주목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면 'CNN 효과'이다.     


 두 번째 사고방식은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져 간다는 것. 예컨대 우리는 완전히 무감각해져 버리는 셈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해주는 것은 이렇다. 이것도 오늘날 급속히 진부해져 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타인의 고통이 매개체를 거쳐 내 두 눈을 스쳐 지나고 잠시, 아주 잠시 정지된 감각을 마주하는 일은 잦게 일어난다. 이미지 외에 그 '무엇인가'로 얻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마주하며 물음표를 던진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달되는 이미지로 삶을 성찰할 기회는 많다. 그 성찰할 순간은 그 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데 있다. 성찰보다는 자극을 주는 일이 되고는 뇌 한쪽에 머물러 생각으로 자리 잡는다.       


 타인의 고통은 순간 마주함으로 끝나고 만다. 그 후 아무 일도 없는 듯 무감각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도록 사진 기술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문학이 내게 자유인 것은 타인의 고통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있어 주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이 '무엇인가'를 말할 때 감각을 벼리게 하는 매개체로 책을 떠올리는 삶을 말한다. 문학을 누리고 있는 내 감각은 이 세계가 주는 무력감에서 무디어지는 일을 막아준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 수전 손택 -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일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편집 기술을 통해서 유통된다는 의미는 재현된 현실과 실제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정교하게 편집된 의도한 자의 손놀림에서 그 너머를 알아차리는 일은 오롯이 개인이다.      


 문학에서 얻은 자유는 그 너머를 상상하면서 세계가 저지르는 악독함에 고통스럽다. ‘기억 은 이미 죽은 사람들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슴 시리고도 유일한 관계’라고 한 저자의 말을 다시 삼키며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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