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3년차, 즉 저연차 MZ세대가 특히나 쉽게 퇴사와 이직을 선택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루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글의 내용에 꽤나 공감하며 뉴스 댓글창을 열었더니 기성세대의 입장과 MZ세대의 입장이 충돌하여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나는 MZ세대의 입장으로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MZ세대는 힘들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윗 세대에는 그들만의 힘듦이 있을 것이다. 나도 부모님이 있는 입장으로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지연을 목격하고 있고, 전쟁을 겪은 세대는 말할 필요도 없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당연하게 상황도 변한다. 즉, 현재의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은 과거의 청년들이 느끼던 감정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려를 담아 말하자면 이 글은 어떠한 훈계나, 특정 세대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지 않다. 나는 그저 MZ세대의 일원으로서, 우리 세대를 좀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이 글을 쓴다. 여기에 더해 이 글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작성하였으므로, 언제나 옳은 것이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점도 유의 바란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무력감'을 더 느낀다는 말이 있다. 대체 왜 그럴까?
과거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나오면 성공쯤이야 당연하게도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대학 졸업장"만으로 뭔가가 이루어지는 시기는 지났다며, 무한 스펙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취업 시장은 바늘구멍 같고, 경쟁자들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져만 간다. 특히 최근에는 AI의 등장으로 신입을 뽑지 않는다는 기업이 늘어나 취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어찌저찌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월급 2~300은 월세와 같은 큼지막한 고정비를 내고 나면 월 100만원 저축하기도 어렵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좀 낫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방해하는 '캥거루족'이라며 손가락질받는다.
월 100만원씩 적금을 넣는다면 약 8년 후에 1억을 모은다고 한다. 적당히 살만한, 그럼에도 조그마한 원룸 전세가 2억인 세상에서 16년씩이나 일을 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고작 그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작게만 느껴진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어릴 때부터 "다른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한몫한다. 기존 사회에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일종의 '정상성'에 따르는 삶으로서의 기준점을 제시해 주었다면 MZ세대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충분히 돈을 벌고, 개성을 발휘할 수 있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음을 보고 자랐다. 그런 일들에 비하면 직장에서의 삶은.. 내가 나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많은 부분에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MZ세대는 '나'를 중요시하는 세대
예전에 MZ세대의 행태를 지칭하는 키워드 중에 '레이블링'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MBTI, 최근 유행하는 에겐/테토 구분처럼 MZ세대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규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관점에서 MZ세대가 왜 퇴사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답변하고 싶다. 이 다음 부분에서는 각각의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자신이 소모되는 느낌
2. 자아정체성이 침해받음
3. 주체성을 발휘할 수 없음
회사에 다니다 보면 하루 9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게 된다. 즉, 평일에는 수면시간을 제외한 삶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 안에서의 삶이 의미가 있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간관계, 업무, 평가 등 다양한 일들로 인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회사에서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남는 것은 이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벌고 살아가야 하는가 싶은 회의감, 그럼에도 회사를 다니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뿐이다.
과거 세대라면 이런 상황에서 '버텨야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직장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는 삶이 잘 풀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버티라는 말은 크게 의미 없게 다가온다.
회사를 다닌다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회사에서의 삶 자체를 개선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후술할 내용처럼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앞서 말했던 '레이블링'처럼, MZ세대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규정하는 자아정체성 확립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회사에서 개인은 부품에 다름없다. 즉, 개인의 개성과 고유성은 말소되고 특정한 역할로서만 규정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이것이 좋다'라고 규정한 것을 할 수도 없고, '이것이 싫다'라고 규정한 것을 피할 수도 없는 식으로 개인이 설정해 둔 자아정체성과 회사에서 개인에게 원하는 역할은 쉽게 충돌하고 만다.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MZ세대는 이렇게 질문한다.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건 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회사에서 의미를 거두게 되고, 퇴사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는 MZ세대가 '돈 받은 만큼만' 일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내가 관찰해 온 바로는, 그리고 직접 경험한 바로는 MZ세대의 이러한 현상은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성향 때문이라기보다는 체념을 학습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인 만큼, 신입 시절에는 누구든 열정이 넘친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뭐라도 해보려는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좌절된다. 이는 단순히 기회가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업무를 진행할 때, 당연한 얘기지만 정해진 프로세스라는 것이 있고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게 있다. 프로세스와 규칙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언제나 개인의 니즈와는 크건 작건 충돌하게 된다. 반대든, 동의든 의견을 냈을 때 묵살당하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회의실은 조용해지기 마련이다. 그들의 마음속엔 작은 체념의 싹이 돋아나는데, 이런 체념은 전염성이 높다. (전염되지 않은 자가 많은 일을 떠맡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프로세스가 납득이 된다면 차라리 다행이다만은 보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체념이 일상이 되면 사람은 자신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가장 손에 잡히는 것은 바로 내 인생이다. 회사에서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드물지만, 최소한 회사를 떠날지 말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퇴사란 일종의 주체성의 회복을 위해 시행되는 자아 회복의 방법으로서 작동한다. 그 선택이야말로, MZ세대가 시스템 속의 무력함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식인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이런 질문에 몰두하지만, 정작 더 근본적인 질문은 간과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을 일하게 만들고 있는가?
주 40시간(52시간) 근무제,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체계, 평가 방식 등은 과연 지금의 세대에게도 유효한가?
회사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 라고 정당화해 온 모든 '당연함'을 조금은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MZ세대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전체로 묶여서 언급된다. 그러나 MZ세대를 가장 개인화된 세대라고 분석하면서, 그 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에 집중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모순적이지 않은가? 나는 MZ세대를 더 잘 이해하려면, 이런 '세대' 개념으로 묶인 전체가 아닌 개개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어떤 이는 돈을, 어떤 이는 성장 기회를, 어떤 이는 안정과 배려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그들이 모인 회사는 하나의 집합으로서 개인의 의도와 욕구 따위는 납작하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정말로 MZ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을 일하고 싶게 만들고자 한다면 조금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니즈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끝으로.. 정말로 회사란, 누구에게나 '버텨야만 하는' 공간이어야 하는 걸까?
일이란 때론 힘들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보람찰 수 있다. 누군가의 퇴사는 그 보람을 되찾기 위한 결단이기도 하다.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조직,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 리더, 정당한 피드백과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 그것이 '요즘 사람들'을 회사에 머무르게 만드는 힘이다.
참고 자료
- MZ세대가 조기퇴사하는 4가지 이유, 에이치닷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