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하기 싫어요?" 네, 당연하죠!

비효율적인 보여주기식 주말 출근

by 은성
주말 출근하기 싫어요?


주말 출근이 싫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싫다. 주말 출근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좋고 싫음'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했는가'였다.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으면 저녁 약속은 생각도 하지 말라."

'크런치 모드*'로 대표되는 게임업계의 근로 문화는, 초과근무를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어떤 조직은 월 3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해야만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전해 들었으며, 내가 속한 팀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초과 시간을 매월 10~20시간 정도는 우습게 달성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 크런치 모드(Crunch Mode): 신규 게임 출시 전 실시하는 강도 높은 야근·주말 출근을 포함한 근무 체제


나는 '칼퇴'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하루에 8시간 안에 끝내지 못할 일은, 그것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아닌 이상 애초에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충분한 휴식이 동반되어야 일의 능률이 잘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매번 전교 1등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충분히 공부를 해두고, 아무리 시험기간일지라도 하루 8시간의 수면은 꼭 지키는 타입. 내 방식은 항상 그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야근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야근을 거부하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출시에 임박했을 때의 QA는 늦게까지 진행되는 일이 많을뿐더러 버그가 발생할 때마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다음 프로세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초과근무를 하는 게 필요하다. 출시 전날에는 밤을 새운 적도 있는데, 이런 '필요한 야근'은 별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진 않았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예고 없는 업무 삽입, 그리고 근거 없는 주말 출근 강요였다.


리더는 종종, 심지어는 마감 일주일 전에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하곤 했다.

대부분 사전에 공유조차 되지 않고 기존 게임의 구조를 바꿔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어긋난 구조로 인해 버그가 쏟아져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면 작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서라도 버그를 수정해야만 했다. 누군가의 충동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모두의 시간이 뒤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던 중, 잊을 수 없는 연말이 있었다. 출시까지는 한두 달 남았고, 대부분의 업무는 마무리되어 가는 상태로 일정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던 때였다.

갑작스럽게 회의가 소집되었고, 리더는 "이 주는 같이 주말 출근을 하자"라고 통보했다.

의아했던 점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왜 꼭 주말에 함께 나와서 처리해야 하는지도 공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말이었기에, 당연히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모두 친구들 모임이나 가족 일정으로 캘린더가 꽉 차있는 상태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주는 일정이 있어서 어렵습니다. 꼭 필요한 일정인가요?"

그러자 리더는 대답했다. "주말 출근하기 싫어요?"

그 말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문제 삼는 듯한 어투여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주말 출근이 싫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그 출근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한 것뿐인데 말이다.


결국 그 주의 주말 출근 일정은 무산되었다. 재밌는 점은 그때 QA가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을 했어도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더는 다시 강제로 주말 출근을 지시했고, 그날 역시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채로 시간만 보내다가 퇴근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강하게 느꼈다.

이건 '일'이 아니라, '일을 가장한 통제'였다는 것을..




그 경험 이후, 나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불안과 집착을, '일'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리더는 팀의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다.

좋은 리더는 목표를 정확히 정하고, 스펙과 일정을 조율해 팀원들이 최대한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우리 리더는 그러지 않았다.

일정을 미리 준비하거나 구조를 명확히 세우기보다는, '누군가가 과도하게 일하고 있어야 안심되는' 듯한 태도로 자주 과업을 가장한 통제를 시도했다.

그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불안의 전가였고, 책임의 분산이 아니라 권력의 남용이었다.


자발적인 헌신강제된 희생은 다르다.

전자는 책임감을 기반으로 하지만, 후자는 두려움과 체념을 낳는다.

나는 지금도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간이 정말로 필요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내게 충분히 설명되고 납득 가능한 것이었는가가 중요하다.


회사의 리더십이 이런 기본적인 기준을 놓친다면, 팀원은 자기 시간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무기력을 선택하게 된다.

나는 더 이상 무기력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또 하나의 퇴사 이유였다.

나는 회사의 통제에 순응하는 대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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