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퇴근만을 생각하는 삶이 시작됐다.

8시간을 '버틴다'는 느낌

by 은성

아침 일찍 출근길 지하철에 타면 바글대는 사람들 속, 누구 하나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속마음이 들려오곤 한다.

"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 퇴근하고 싶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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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본 어떤 짤에는 출근을 기다리며 광기에 서린 웃음을 짓는 직장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그림이 어딘가 비정상적이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회사에 가는 게 좋다"는 감정보다는 "회사에 가기 싫다"는 감정에 공감하곤 한다.


정말로 '출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매우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급이라는 아주 좋은 동기부여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토록 '회사에서의 삶'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일'을 좋아하는 것과, '출근'을 좋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일 자체는 좋아했지만, 문제는 그 일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시간이 나 자신 밖에 있는 규칙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출근'이라는 구조가 꽤나 견디기 버겁게 느껴졌다.


최근에는 한국의 노동시간 대비 생산성이 OECD 최하위라는 기사를 봤다.

나는 생각했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일'이 아니라 '시간'에 집착하고, '회복'보다는 '감시'의 규칙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생산성은 절대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회사는 개인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 월급을 주고 출근을 시킨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출근하도록 강요된 8시간 중 실제로 집중해서 일을 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

솔직히 말해, 나는 하루 4시간이면 대부분의 일을 끝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나는 주어진 8시간이라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그저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무의미한 시간들로 스스로를 내몰 수밖에 없는 환경이 내 인생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알베르 까뮈는 인간의 삶을 신화 속 시지프의 형벌에 비유했다.

시지프는 거대한 돌을 산 정상까지 밀어 올려야만 한다. 그러나 산 정상에 도달한 돌은 곧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고통스럽기만 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 형벌은 무한히 반복된다.


까뮈는 이렇게 말한다. 시지프가 정말로 고통스러울 때는 돌을 밀어 올리는 때가 아니라, 정상에 올린 돌이 다시 떨어지고 나서 다시 돌을 밀어 올리기 위해 언덕을 내려가는 그 순간이라고. 바로 그 순간의 휴지로부터, 인간은 그 모든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이 이렇게 무의미와, 그 무의미를 자각함으로써 발생한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니체의 관점을 살짝 끼얹어, 이렇게 답변해보고 싶다.

니체는 "나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를 죽일 수 있는 고통도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고통에,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즉, 시지프 신화의 비유로 돌아간다면.. '내가 어떤 돌을 굴려 올릴 수 있는지' 알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왜 이걸 반복하고 있지?"라는 자각만으로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적어도 나는, 무의미함에서 오는 고통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은, 조금은 불확실하고 어렵기만 할 뿐이지만 적어도 매 순간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이라고 나는 정의해보기로 했다.




모두가 퇴사를 하는 선택이 옳다거나, 적어도 고려하라는 의미의 논지는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누군가는 정말 회사를 좋아할 수도 있고, (나 또한 입사 초기엔 그랬다.)

누군가는 불만을 품었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현실은 언제나 생각보다 복잡하고, 삶은 단순한 선언만으로는 바뀌지 않기에..


하지만 그 누구든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선택할 권한은 오직 그 자신에게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자신의 손에 맞닿아 있는, 온 힘을 다해 밀어 올려야 하는 돌이 무엇인지 선택한 바로 그 순간부터,

그 돌을 밀어 올리는 행위는 형벌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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