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돈 좀 있을까? (3)

남편이 다가와 무슨일이냐 물었다

by 온져니

일단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다. 절실했다.

그 사람이 엄마니까.

전화로 말할 용기조차 못 내는 아빠니까.


경력단절 여성은 막막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에게

물리적인 출퇴근 시간은 가장 큰 장벽이었다.

그러나 나는 잡코리아 어플을 다시 깔았다.

몇 년 전 업데이트 한 이력서도 새로고침 했다.


거기엔 적어도 이번 달 이자를 줄 수 있는

고용주가 있고, 일감이 기다리고 있으니.

나는 과연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엄마가 필요한 돈을 이체할 수 있을까?


있을 리 만무했다.

유능하거나, 열정 있는 젊은 인재를 대신해

슬픔과 가난을 안고 지원하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두 팔 벌릴 회사는 많지 않았고,

거의 없었고, 아예 없었다.

변변찮은 이력 더하기 아이 맡기는 시간을

최대로 줄이기 위한 지역 설정이 더해져

내가 갈 곳은 지금 앉아 있는 집이 전부였다.




동시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 상황을 옆에 자고 있는 남편에게

과연 알릴 것인가.

알린다면 어떻게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면 어디까지가 적정할 것인가.

내 부모의 가난을 커밍아웃할 때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늦은 밤, 전활 걸었다

‘딸, 돈 좀 있을까?’라고 전해 들은 지 사흘만이었다.


“엄마, 나 가진 돈이 없어.”

“……, 엄마가 정말 널 볼 면목이 없구나.”

“……왜! 왜! 왜! 왜 이지경까지 만들었냐고!!!”


전화기를 내팽개쳤다.

나는 잠 못 들었고,

서글퍼졌고,

아팠으며,

울었고,

끝내는 토했다.

눈물 섞인 토에선 비릿하고 축축한 냄새가 진동했다.


멀리 우는 소리에 깬

남편이 다가와 무슨 일 있느냐 물었다.


(계속)

슬픔을 말려 맑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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