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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Oct 08. 2021

Yellow project


내가 그림을 그려 올리는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YELLOW PROJECT!>
일상 속 노란 행복 찾기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저는 노란색을 참 좋아해요. 노란색을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일상에서  노란색을 찾기 시작했어요. 아침 출근길에 노란색을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민들레, 개망초, 애기똥풀 같은 노란색 들꽃이 네 잎 클로버처럼 반가워요. 마음먹고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 노란색이 꽤 많더라고요. 곳곳에 꽁꽁 숨어있는 행복들처럼요!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의 노란색을 찾아 사진을 찍고 간단한 그림을 곁들여 SNS에 올렸다. YELLOW IS EVERYWHERE!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특별한 사진은 없었다. 노란색 횡단보도, 노란색 유치원 가방, 노란색 화분, 노란색 주차금지 표지판... 노란색을 찾아보자고 마음을 먹으니 곳곳에서 노란색이 쏟아졌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라도 온 듯 보이지 않던 노란색들이 눈에 띄었다. 주의 깊게 찾아보지 않았을 뿐 노란색은 어디에나 있었다. 행복처럼.


일상의 노란색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행복의 존재를 실감하게 해 줬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을 찾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애써 찾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노란색들이 흑백에서 칼라로 바뀐 것처럼 눈에 쏙쏙 들어왔다. 행복이라는 것도 이런 거겠구나. 행복해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언제든지 행복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아도,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일상에 행복은 언제나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라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하다. 출근하는 길에 커피 한잔 사 마실 여유가 되고 따뜻한 커피 맛을 한층 더 향긋하게 해주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비 온다는 일기 예보는 틀린 모양이다. 가방에 챙겨 넣은 우산이 조금 무겁지만 언제든지 비가 와도 상관없으니 안심이다.  


이 좋은 걸 나만 혼자 할 수 있나. 소소한 일상에 노란색이 작은 재미를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SNS에 일상의 노란색을 같이 찾아보자는 글을 올렸다. 노란색을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면 간단한 일러스트와 함께 올리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몇몇 분들이 노란색 사진을 보내주셨다. 사진첩을 뒤적여 보내주신 오래된 여행사진, 아침 산책길에 찍은 노란색 들꽃, 따뜻한 주말 추억이 담긴 노란색 파라솔. 누군가가 내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준다. 기억해준다. 지나가다 내 생각이 나서 찍으셨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뭉클하다. 노란색보다 더 멋진 노란 마음들이 모인다. 참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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