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언제 내 뜻대로 된 적이 있나. 인생의 디폴트 값이 뒤통수치기인걸 진작에 알아차렸지. 허나, 그런 인생과 맞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
큰 욕심 없이 무엇인가 꾸준히 하다가 얻어걸리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 형편없는 나를 견뎌야 무엇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다. 왜 이리 잘난 사람이 많고, 실력 좋고, 운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내가 끄적여 놓은 것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것이 바로 인생 하수. 인생 고수의 첫걸음은 형편없는 나를 질질 끌고 가며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나를 견디고 무엇이든꾸준히 하는 것이다.
목표도 낮추는 것이 좋다. 이번 생에서는 억만장자 말고 매일 입에 풀칠하며 나 하나 꿋꿋하게 책임지는 것으로 만족하자. (뒤로는 매주 로또를 사는 재치도 잊지 말고) 우리에겐 다음 생이 있으니까. 성공은 다음 생에 해도 늦지 않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도 전면 수정이다. 나는 단지 흘러가는 하루를 성실하게 기록해 나갈 뿐이다. 그 기록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내 삶의 기록이 되면 충분하다.
목표 달성의 치트키는 궤도 수정에 있다.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으면 재빨리 궤도를 수정하자. 새해 세웠던 계획표에 넌지시 +1을 해 내년 계획으로 삼는다. 인생은 길고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으니까. 누군가 내 글과 그림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냥 나는 홀로 기록할 뿐이라고 시치미를 떼면 된다.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못 지켜도 그 시간만큼 빈둥빈둥 정신건강을 챙겼다면 충분히 건강한 하루다.
"이건 사실 당장의 목표가 아니에요. 언젠가의 목표죠. 제 계획에 실패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한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