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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Sep 01. 2022

인생 계산법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안친다.  냉장고에 차가운 보리차가 미지근해지도록 미리 따라둔다. 칙칙- 밥이 되고 아침상을 차릴 때쯤이면 잠자리에서 아이가 일어난다. 아이를 화장실에 데리고 갔다가 책을 읽어주며 밥을 먹인다. 식사 후 영양제도 잊지 말고 챙겨 먹여야지. 유치원에 다녀오면 놀이터에서 놀아준 뒤, 다시 씻기고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 잠이 들 때까지 아이의 재잘거림에 귀 기울이며 옆자리를 지킨다.


주말마다 아이를 위해 여행을 떠나고, 계절마다 적당한 옷을 준비해 입히고, 때때마다 예방접종이며 병원 진료를 챙기고, 수시로 어디 아픈 데는 없나 살피고, 가끔은 이유 없이 내는 짜증을 한없이 받아주고, 아이를 위해 미래를 계획하는 것. 이 수많은 책임들이 아이의 웃는 얼굴 하나에, "엄마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에 상쇄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생의 덧셈과 뺄셈은 알 수가 없다.


오늘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로또 당첨이 아니라  출근길에 다정히 건네는 인사 한마디, 나의 안부를 묻는 반가운 너의 메시지, 문을 잡아주는 앞사람의 작은 배려, 보도블록 사이에 꿋꿋하게 핀 민들레, 쌀쌀한 날씨를 달래주는 뜨끈한 커피 한 잔. 밤하늘에 콕 박힌 별 하나.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이런 작고 소중한 다정함.


인생의 거친 파도와 고난도 이 작은 다정함에 쓸려가니 인생은 참 아도 살아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의 지난한 고통도 일상의 작은 기쁨들로 희미해지니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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