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사라진다는 느낌이었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느라 꿈, 취향, 취미들은 잊혀 갔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뭐라도 이루지 않았을까. 이 생각이 문득문득 나를 괴롭혔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유아차를 끈 아이 엄마가 우산도 없이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내 우산을 건넸다.
"이거 쓰세요."
하나뿐인 우산 앞에서 아이 엄마가 머뭇거렸다.
"괜찮아요. 저희 집 바로 앞이에요."
아이 엄마 손에 우산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꼭 돌려드릴게요."
아이 엄마는 서둘러 유아차에 앉은 아이 위로 우산을 드리웠다.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우산을 양보했을까.
마음이 불편해도 슬며시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우산을 건넸다.
나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더 넓어지고 있다. 나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작가로서. 더 넓어진 세상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지금의 내가 무척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