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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24. 2021

유한한 아름다움

귀함을 더 귀하게 불만은 작게

Photo by kate kozyrka. on Unsplash


 "사랑해"

쑥스러운 듯 맑간 미소가 입가에 머무릅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홍조가 얼굴에 뜬 듯합니다.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은 순간 일렁이다 생명을 불어넣은 듯 생기가 돕니다. 

돌아오는 말이 없었음에도 마치 대답을 들은 느낌입니다.

마음을 전한 건 저였는데 오히려 제가 마음을 받은 것 같습니다.

뭉클한 행복차올라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


 오래간만에 부모님께서 여행을 떠나게 되셨습니다.

그런데 하필 태풍이 북상하는 날이어서였을까요?

비껴간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예전 일이 생각이 나서였을까요.

괜스레 여행을 떠나는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초등학교 때인지 중학교 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가족들에게 차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날, 저는 집에 있었고 가족들은 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뱅글뱅글 회전하던 상황. 제어가 안 되는 상태였지만 낭떠러지를 피하고자 아버지는 연신 핸들을 자신 쪽으로 꺾기 바쁘셨습니다. 아버지 쪽 차 문 밖은 충돌과 긁힘으로 연신 스파크가 일었습니다. 겨우 잦은 충돌로 차가 멈췄지만 이내 뒤차가 미끄러지며 추돌 사고가 났고 다시 차는 미끄러지며 앞차를 들이받고 또 그 앞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차가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로도 보닛 쪽이 다 파손되어 지나가는 차 안 사람들이 보며 웃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어머니는 그 후유증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앞자리에 앉지 못하셨습니다.


 문득 그 생각이 나서였는지 평소의 쑥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절로 "사랑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전에 없던 쑥스러운 두 분의 미소가 보였습니다.

아마 부모님도 다 큰 자녀에게 애정 표현을 듣게 되리라 생각지 못하셨겠죠.

그런데 그것이 그리 두 분을 행복하게 만들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도 출발 전 두고 간 물건이 많아서 몇 번씩 가던 길을 되돌아오셨습니다. 그로 인해 저도 몇 번이나 물건을 들고 나가 배웅하였지만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고 길을 나서는 부모님의 얼굴에도 제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짜증 대신 유쾌한 웃음이 자리했습니다.


 유한함을 생각한다는 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것은 더 귀하게 여기게 되고

전하지 못했던 쑥스러운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게 되고

불편함과 번거로운 마음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 말입니다.


 어쩌면 매 순간이 유한함의 연속인데 특정한 순간만 이것을 느끼니 조금 아쉽습니다.


매일 잊지 않도록 염두에 두려 합니다.

지금 내 눈에 담기는 사람들이 영원할 수 없음을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요.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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