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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Jan 05. 2022

자기 주도 학습할 나이

지금입니다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학생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은 꼽으라면

모두가 공통으로 꼽는 말은

"공부해라."

가 아닐까?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말은 살면서 들어 본 가장 싫은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엄마는 신기하게도 공부하고 있을 때는 내 방을 들어오지 않는다. 

꼭 잠시 쉬려고 하는 순간이면 

거짓말처럼  엄마가 내 방문을 연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공부 좀 해. 또 놀아?"

"너 공부는 언제 하니? 공부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

"공부해서 남 주니? 공부해서  엄마 줄 거냐고?"


다이어트와 공부는 언제나 내일부터 하는 것이 진리였던 시기였다. 

중고등학교 6년을 엄마와 공부 사이에서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하고 대학을 갔다.

더 이상 공부하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됐다.

공부는 대학 입학과 함께 내 인생에서 아주 빠르게 흔적을 지워갔다. 




공부를 향한 뜬금없는 열정이 폭발한 것은 결혼과 출산을 하고 나서였다.

누가 하라는 사람도 없고

매일 공부하는지 확인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공부를 하고 온갖 자격증을 따기 위해 문화센터와 학원을 들락날락거렸다.

컨트리 인형 전문 강사, 툴 페인팅 전문 강사, 홈패션 전문가, CA 전문강사, 펠트공예 전문강사, 분노조절 전문 강사, 퀼트 전문강사, 드레스 돌 전문강사, 방송 모니터 과정.....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끌려가듯 했던 공부를,

어른이 되면 죽어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공부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물어가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지난해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몇 권의 노트를 채우고 또 읽고 쓰고 다시 읽고 쓰고를 반복하고 있다.

하나를 공부하고 나면 다시 배워야 할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한 오십 년은 살아봐야 자기주도학습 정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십 대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 학습이 어려운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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