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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Nov 22. 2024

만 90개월 애, 만 54개월 개,
사고.

I'm happy.

사고 1

2024년 10월 28전.

따뜻한 가을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 아파트 단지 중앙에 넓은 잔디밭 안으로 들어가 떨어진 낙엽을 비롯하여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냄새에 빠져 잔디 속에 코를 박고는 이리저리 나를 끌고 돌아다녔다.

10여분이 지나고, 갑자기 들썩거리는 인삼이 입에는 때가 묻은 하얀 무언가가 있었다.

'이 녀석 또 뭔가를 씹어먹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뼈다귀 형체였다.

"안돼!" 단말마를 외치며 뱉도록 입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들리는 "와그작"소리와 함께 삼키고 말았다.

그 뼈의 정체는 아마 닭뼈인 듯하다. 단지 내 야외에서 치맥 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던 터라. 놀랍지도 않지만 중요한 것은 인삼이가 먹었다는 것이다.

익힌 닭뼈를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바로 병원으로 가볼까?'

'이미 삼켰는데, 빼내겠다고 구토유발하는 약을 먹이면 오히려 식도에 상처 나는 거 아닐까?'

'장기에 구멍 나면 그게 더 치명상 아닐까?'

등등 별의별 생각을 다 했지만 기다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날 저녁 산책 때는 오줌만 보고 들어왔다.

다음날 마음을 졸이며 오전 산책을 나갔다.

오줌을 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똥을 싼다. 유심히 살펴보았다. 혹시 혈변을 본다면 바로 병원에 가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다행히 평소 색과 형태가 비슷했다.

다음날 오전 산책.

닭뼈 먹고 두 번째 똥이다. 상태 좋은 뜨끈한 똥을 쌌다.

또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괜찮았다.

다행히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가끔 나뭇가지도 씹어 먹습니다.


사고 2

2024년 10월 30일 아침.

나는 보통 새벽까지 일을 하고 잠들기에 아침에는 아내가 아이 밥, 세수, 등원까지 맡아서 한다.

이날도 그런 날이었는데, 갑자기 뜨겁다는 말을 하며 큰 소리로 우는 아이의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내가 보니까 금방 해결될 거라 생각을 했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그러면서 들리는 안절부절못한 아내의 목소리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보니 이러했다.

아침을 챙겨주고, 아내는 설거지를 하던 것인지 싱크대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다.

아이는 밥을 먹다가 엄마 옆에 있었고,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아래쪽에 위치한 밥솥을 꽂고 사용하던 3구 멀티탭이 있었다.

이 멀티탭은 내가 요리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던 것이다.

그래서 안전마개를 사용하지 않고 잘 보이지 않게 안쪽에 두고 사용할 때만 빼놓는데, 방심했다.

이날은 정리가 안된 멀티탭이 나와있었고, 아이는 그 구멍을 본 것이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그대로 꽂았다.

결국 순간적으로 뜨거워진 젓가락을 붙들고 있던 아이는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발을 동동거리는 아내는 어떡하냐는 말에 아이의 상태를 살펴봤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근처 응급의학과가 있어 갔고, 진료결과 화상의 정도는 2도 화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젓가락을 잡고 있던 손가락만 작게 상처가 났다.

손에 붕대를 감고도 갈비 뜯는 이든이.

의사는 약 1~2주 정도 약과 함께 물이 닿거나 습해지면 빨리 안 낫는다고 하였다.

그 말에 나는 "이든이 한동안 샤워 못하겠다."는 말에 좋다고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보고는 한차례 가슴을 쓸어내린 날이었다. 물론 이 작은 손에 손가락 붕대가 떨어지지 말라고, 손 전체를 칭칭 감은 붕대를 보니 안쓰럽긴 했지만 아이의 상태를 보니 나쁘지 않았기에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하원할 때 담임선생님이 이든이가 자기가 '콘센트에 젓가락을 꽂아 아야' 했다며 말했고, 그 이후로 이틀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본인이 설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앞으로 또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그저 작게 나길 바랄 뿐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느라 한동안 정신없이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중이지만 적응이 쉽지는 않네요.

밤낮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라서요.

그러면서 가사와 육아 역할을 아내에게 이양하였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이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스토리를 만들어 봐야겠지요.


적응하게 된다면 매주 연재를 이어가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2주에 한번 정도로 타협할까 합니다.

이번 기회로 부족한 글과 그림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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