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삼이 목욕을 시켰다. 협조를 해주지 않는 인삼이 덕분에 난이도는 극상이다.
처음 목욕 시킬 때 많이 물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내 모습에 꼬리를 내렸다.
업체에 맡기고도 싶지만 왠지 치료비를 물어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도 맡기지 않았다.
그 뒤로도 가끔 "그르릉" 거리기만 할 뿐 절대 물지 않는다.
(아... 절대라는 말은 취소다. 세상에 절대 물지 않는 개는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그래서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어쨌든 이번 목욕은 약 5개월 만이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것 같아 2~3개월마다 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한 것이다. 아이도 있는 집에 너무 하지 않냐 할지 모르겠다.
핑계를 대자면, 우선 풀어놓지 않기에 아이와 접촉이 한정적이고, 개밥을 만들어 준 뒤로 모질이 육안상 좋아져 쓰다듬어도 비듬이 묻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전에는 2개월째에 비듬이 손에 묻어 나왔어서 할 수밖에 없었다.
무인셀프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을 알고 난 뒤에는 이곳에서만 목욕을 시킨다. 이유는 집에서 하고 나면 목욕 후 화장실 정리, 털을 말린 뒤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정말 쓰러질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곳을 잠시 설명하자면 각 밀폐된 공간 안에 목욕 기계가 있는데, 기계의 구성은 욕조와 샴푸를 할 수 있는 곳과 강아지 몸을 말릴 수 있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모두 허리를 피고 할 수 있기에 힘도 덜 들일 수 있다. 또한 사용한 만큼만 결제하기 때문에 목욕을 맡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나 혼자 데려갔다. 가자마자 인삼이를 들어 올려 목욕기계의 욕조에 넣고, 물 뿌리고, 샴푸 하고, 다시 물로 씻어낸다. 그리고, 옆으로 들어 옮긴 뒤 강력한 바람으로 몸을 말려준다.
적당히 말랐다 싶으면, 바깥으로 나와 드라이룸에 넣고, 15분 정도 추가 드라이를 해준다.
그 사이 나는 룸을 청소한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면 모든 일이 끝난다.
이에 비하면 아이는 훨씬 수월하다. 사실 신생아 때는 목을 받치고 조심히 했다면 지금은 그냥 물 뿌리고, 샴푸 하고, 씻어낸다. 샴푸캡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샤워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물을 욕조에 받아서 하는 목욕은 그냥 물놀이 시간이다. 5분 만에 샤워시키고 물에 넣어주면 혼자 잘 논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거품놀이인데, 버블클렌져도 써보고, 거품입욕제도 사용하기도 하지만 선물 받을 때나 사용하고, 보통은 그냥 샴푸 넣고, 샤워기로 거품을 만들어준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놀이에 집중한다. 문제는 아이가 좋아한다고 자주 해주면 물사용량과 가스사용량이 늘어나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 어리니까 집에서 함께 목욕을 하지만 몇 년만 지나도 함께 목욕을 못할지 모른다. 목욕탕을 선호하지 않으니 더욱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들지 모르겠다. 아들과 함께하는 목욕을 더욱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 이제 좋아해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딸보다는 오래 함께 목욕할 수 있으니 나은 듯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