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ilima (노점상)
Kaki lima
Kaki lima 한국말로 노점상이란 뜻이다. 예전에 사전에 검색하면 사람이 걸어가는 인도란 뜻만 나왔는데, 언제 부턴가 노점상이란 뜻도 같이 검색된다. 사전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자카르타 물가는 싸면서 비싸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 분들은 동남아나 동유럽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다.
노점상에서 먹는 음식은 싸다. 하지만, 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상점 안에 들어가서 먹으면 가격이 확 오른다. 그래서 돈이 없을 때, 까끼리마를 이용했다. 아침에는 Nasi Kuning(아침으로 먹는 노란 쌀밥), 이나 Bubur Ayam(닭죽)을 먹고, 점심때는, Nasi campur(밥과 반찬을 골라 먹는 것)나 Padang(한국으로 치면 전라도 지역처럼 음식이 유명한지역)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저녁때는 Sate (꼬치) 종류를 사서 먹는다.
Bubur ayam 한 그릇에 700원, Nasi Padang 고기 종류 두 개해서 2천 원, Sate 꼬치 10개당 닭이면 2천 원 염소면 3천 원. 총 6,000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사 먹을 돈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니, 역시 동남아 물가는 저렴하다.
하지만, 노점상이 아닌 식당에서 먹으면 가격이 완전 달라진다.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도 가격이 1.2~1.5배 올라간다. 그리고 고급식당은 웬만한 한식당 보다 비싸다. 실수로 인도네시아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세노파티 지역에 있는 고급식당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음식이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하며 메뉴판을 보는데, 나시고랭 하나가 3만 원이었다. 순간적으로 표정관리가 안됐지만, 일단은 먹을 게 없다는 듯 메뉴판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연기를 펼치며, 다음에 오겠다고 말한 뒤 어색하게 빠져나왔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 인도네시아에서 일을 시작하고, 지갑이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직장인 월급이긴 한데, 노점상이 아닌 일반적인 식당을 이용할 만큼은 벌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노점상이 더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저 물은 식수가 맞을까? 먹으면 배탈 나는 석회질이 풍부한 수돗물 아닐까? 저 그릇은 씻기는 한 걸까? 아니, 그릇 말고 저 주방장은 손은 씻고 음식을 만드는 게 맞을까? 아이고야 저기 저 분은 파리랑 겸상하시네.
사람이 돈을 벌면 변한다더니 옛말 틀린 게 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자카르타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부터 노점상을 다시 이용했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노점상을 이용하는 건, 회사에서도 월급이 적은 운전기사들과 나뿐이었다.
가끔씩 사무실에서 일하는 현지직원들이 나에게 월급도 많이 받는데 왜 그런 식사를 하냐고 묻지만, 웃으며 음식이 맛있어서 먹는다는 대답만했다. 운전기사 들과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건 자랑 할 것도, 그렇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는 과거일 뿐이다. 그리고 난 거짓말한적이 없다. 노점상 음식은 실제로 맛있다.
내가 힘들 때 내 옆에 있어주고,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저렴한 식당 노점상. 적고나니 마치 노점상이 조강지처 같아 보이긴한데, 그 정돈 아니다. 그래도 노점상 덕분에 돈도 모으고, 저렴하게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꿀팁을 주자면 노점상 음식을 먹을 땐 배앓이약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