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말의 진실은?

by Orang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 몇 년 전 겨울. 괴짜인 지인이 본인 친구들, 친구의 친구를 모아 독서모임을 가장한 연말 파티를 했다. 10여 명의 청춘들이 모였는데 직업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방송인, 전문직, PD, 회사원, 고시생, 자영업자 등. 그중 동갑인 한 사람과 종종 연락하며 친구로 지냈다. 그는 만날 때 마다 “네가 딱 내 이상형인데, 작은 키빼고는.” 이러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몇년 간 친구로 지냈고 처음에는 흘려듣던 그 너스레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며 그와 나는 연인이 됐다.


사귄 후 알게 된 서로의 첫인상은 둘 다 ‘별로‘였다.

나는 독서모임이라는 취지에 맞게끔 책을 열심히 읽어서 참석했지만 그는 책을 열어보지도 않고 왔었다.

게다가 칠한 인상에 말하는 내용까지 거칠며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불호였달까?

그 또한 나를 보면서 "저 여자 성격있겠네. 되게 따지네." 라고 생각 했다고 하더라.


당시 나는 NGO 활동가였던 나는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인 관심사와 성향 등의 이유로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연애 초기, 다른 친구들과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다. 식사 중 남녀 성 갈등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교양수업으로 여성학 수업도 들었던지라, 자연스럽게 그 이슈에 대한 내 생각을 얘기했다.


저녁식사는 잘 마쳤고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남자친구와 둘이 산책을 나섰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아까 얘기한 거 있잖아. 자꾸 페미니즘 같은 거 얘기하지 마. 너 그러면 사람들이 너 이상하게 생각해."라는 얘기를 했다. '내가 말하다 실수라도 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선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말을 끝으로 그의 조언은 끝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말한 건 없었다. 단지 나는 내 생각을 얘기했고, 같은 자리에 있던 누구에게도 내 의견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의 말처럼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게 문제라면... 그동안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나의 친구들, 직장동료 등 지인들과의 내 관계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한 거야. 이상하다고 말하니까 기분 나쁘다."는 의사는 전달했지만, 불쾌한 기분의 원인은 불명확했고 해소가 되지 않았다.


그 친구와는 2년 정도 만나고 헤어졌는데, 연애 초기에 아리송했던 그 부분이 결국 이별을 결정하는데 큰 이유였다. 돌이켜보니 "자꾸 페미니즘 같은 거 얘기하지 마. 너 그러면 사람들이 너 이상하게 생각해."가 아니라 본인이 이상하게 생각한 거였고, 나를 위한 다는 말로 본인이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불편하고 불쾌했던 내 감정은 그거 없는 느낌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빨간 경고등을 켠 것이다.


물론 서로를 위해 주고받는 애정 어린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의문이 드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볼 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이유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물어보는 게 먼저 인 것 같다. 연인을 존중하는 것,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 본인의 마음대로 재단하고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 내가 깨달은 좋은 파트너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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