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병에 걸려 연하의 연인을 매몰차게 밀어낸 30대 초반의 나는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나의 배우자의 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 부합한 사람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5살 연상까지 가능, 안정적인 직업, 비슷한 학력 수준, 화목한 가정, 이왕이면 종교도 맞으면 좋겠고.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면 금상첨화겠다!
결혼에 대한 의지에 비해 조급하게 정리된, 배우자 기준은 허상에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그 기준이라는 것은 막상 연애를 할 때는 딱히 큰 영향력이 없었고 결국에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했다. 소위 정말 마음이 끌리는 대로 만났다. 그래서인지 과거 연인들을 생각하면 딱히 그들끼리의 공통점이 없었다. 어떤 이는 대화가 잘돼서 어떤 이는 얼굴이 잘 생겼고, 어떤 이는 직업이 흥미로웠다. 각각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 개인의 매력이 느껴지면 만나곤 했다. 덕분에 다채로운 연애를 하기는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발적으로 비주체적 연애를 하였다.
왜인지 모를 불편함, 솔직한 나를 감추려던 모습, 어느 순간부터 답답해진 대화, 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소통, 폭력적인 연인의 언행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으며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꼈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솔직해져야 했다.
*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비주체적이었던 나의 경험을 나눠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