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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화-온(ON),호카(HOKA)] 달리기의 두 얼굴

도시 에서 태어난 ON, 산 에서 날아오른 HOKA.

by 김동숙

안녕하세요! 일상 속 브랜드이야기로

편안한 대화주제를 만들어 드리는 남자.

스물여덟 번째 글로 인사드리는 브랜드 토커 김동숙입니다.


7월 말, 개인적인 이유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일을 겪었지만,

그 감정을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내려놓고 나니 조금은 다시 살아볼 힘이 납니다.


3개월 동안 얽힌 마음을 정리하고자, 러닝 이라는 활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달리기는 더 이상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하루를 리셋하는 리추얼이고,

누군가에겐 자신을 밀어붙이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다."


이 시대의 러닝화를 이야기할 때, 두 개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온러닝(On Running), 그리고 호카(HOKA).

둘 다 ‘기술의 브랜드’지만,
태어난 지형과 출발점이 다릅니다.
하나는 도시의 경기장에서, 다른 하나는 산의 능선 위에서 시작됐거든요.


오늘의 대화주제는 달리기를 기술로 정제한 온러닝(On Running)과

달리기를 감정으로 해방시킨 호카(HOKA) 입니다.


1. 물 위를 달리고 싶었던 트라이애슬리트 — 온러닝(On Running)


2010년, 스위스 취리히.

전 트라이애슬론 선수 **올리비에 베른하르트(Olivier Bernhard)**는 훈련이 끝나면 늘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원하는 건 더 빠른 신발이 아니라, 더 자연스러운 착지감이야.”

그는 두 명의 엔지니어 친구와 함께 러닝화의 본질을 ‘기술’이 아닌 ‘감각’으로 풀기로 합니다.


그들이 집착한 건 오직 하나 - 착지의 순간.

8.jpg 온 설립자 이자 스위스의 철인3종경기 선수 '올리비에 베른하르트'

그 집착의 결과가 CloudTec®, 공기주머니처럼 비어 있는 미드솔 구조였어요.
지면을 딛는 순간에는 부드럽게 압축되고, 다시 발을 떼는 순간에는 튕겨 오르는 역동적인 구조로

온러닝의 핵심 이자 트레이드 마크 이기도 하죠.

bf0c19192a9088a712e09a222b9de9e2.jpg 독특한 구멍 모양의 요소를 '클라우드' 이며, 충격흡수 및 추진력을 준다.

브랜드명 **‘On’**은 *“움직임이 켜지는 순간(on)”*을 뜻합니다.

초창기 브랜드 슬로건 “Run on Clouds.” 로

기술중심의 아이덴티티 를 '착지'로 시작 해 '구름' 이라는 단어로 감성적으로 잘 풀어냈죠.

brandMeta_963776a7-f116-436c-aafb-06d9688e5cdb.jpg 온 은 초창기엔 스위스 장인정신을 전면에 내세웠었다.

온 러닝은 트라이애슬론에서 출발했기에 기술보다 리듬과 효율을 중시했어요.
트라이애슬론은 달리기뿐 아니라 수영·사이클·러닝의 전환의 예술이기 때문이기에.

온 러닝의 러닝화는 언제나 ‘경량’이고 ‘매끄러움'에 집중 할 수 밖에 없었죠.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며, 디자인은 기능을 숨길 만큼 정제돼 있다.'


이 문장 하나로 온러닝의 모든 아이덴티티를 설명 할 수 있습니다.


온러닝의 마케팅 캠페인은 초기와 현재가 많이 다릅니다.

달리기를 경쟁에서 감정의 회복으로 그 초점을 옮겼거든요.


▫ 과거의 마케팅

초기 온러닝 은 **“기술은 가볍게, 성능은 확실하게”**라는 메시지를 강조했어요.
디지털 캠페인에서는 사용자의 러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 제품을 추천하는 등

기술적 신뢰를 중심에 두었어요.

당시 캠페인 톤은 스위스 엔지니어의 정밀함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죠.


▫ 현재의 마케팅

2025년 캠페인 **“SOFT WINS”**에서는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세서미스트리트의 Elmo 캐릭터를 활용 해 “강하게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등
달리기를 경쟁이 아닌 감정의 회복으로 재정의 했어요.
또한 배우 Zendaya를 앰버서더로 기용하며 퍼포먼스와 패션, 감성의 교차점을 탐색하고 있습니디.

“Human Performance. Reimagined.”

- 기술이 감정을 이해할 때, 브랜드는 한 단계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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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시즌, 온 은 회복과 연결 그리고 내면의 평온함을 주제로 캠페인 및 신제품을 발매했다. (우측 : 클라우드 서퍼 맥스)

온러닝 의 기술은 여전히 감춰져 있지만,
그 감춤 속엔 스위스식 완벽주의와 새로운 감정의 여백이 있습니다.


2. 산의 경사를 부드럽게 내려오고 싶었던 두 러너 — HOKA


온러닝 보다 1년 전인 2009년. 프랑스 샤모니의 산맥 한가운데서
두 명의 울트라마라톤 러너 **니콜라 메르모드(Nicolas Mermoud)**와

**장뤽 디아르드(Jean-Luc Diard)**는 ‘내리막길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알프스의 트레일은 아름답지만 잔혹했죠.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은 극심했고, 그들은 달리기가 아닌 생존에 가까운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은 미친 듯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러닝화의 밑창을 훨씬 더 두껍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화면 캡처 2025-11-02 211308.png 디아르드(왼쪽), 메르모드(오른쪽) 는 살로몬에서 일을 같이 한 동료인자 트레일 러너 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HOKA ONE ONE. 마오리어로 “Time to Fly”.

‘이제, 날아오를 시간, 지구위를 날다.’이라는 뜻입니다.

화면 캡처 2025-11-02 211611.png 러닝화의 혁신과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한 '호카 오네오네'


그런데 왜 프랑스 브랜드가 뉴질랜드의 언어를 썼을까요?

니콜라와 장뤽은 달리기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중력을 거스르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으로 보았어요.
그런 그들에게 영감을 준 건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자연 철학이었습니다.


마오리족에게 하늘과 땅, 인간은 하나의 순환 속에 존재합니다.
*‘HOKA ONE ONE(호카 오네오네)’*는 원래
“대지를 딛고, 다시 하늘로 오르는 움직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 문장은 알프스에서 그들이 느낀 감정과 완벽히 맞아 떨어졌어요.


지면을 딛는 순간에도 날아오를 것 같은 부드러운 반동.
그 감정을 담기에 이보다 더 정확한 언어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호카는 마오리어를 차용했죠.


‘자연과 인간의 순환, 도약의 철학’을 담은 언어적 상징이었습니다.


“HOKA ONE ONE, 대지를 딛고 날아오르다.”

그 문장이 지금까지도 브랜드의 영혼이자 슬로건으로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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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호카의 첫번째 제품 프로토타입, 오른쪽은 대표제품인 Clifton 10


호카의 대표제품인 Clifton은
“지면과 충돌하지 않는 착지감”으로 러너들을 열광시켰어요.
이후 Bondi, Speedgoat, Mach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땅 위를 나는 러너’들의 상징이 됐어요.

화면 캡처 2025-11-02 211920.png 호카는 창업 4년째인 2013년에 미국 DECKERS 에 회사를 매각했다.

▫ 과거의 마케팅

초기 HOKA의 슬로건은 “Cushion Is Freedom.”
두꺼운 쿠션이 자유를 만든다는 기술 중심 메시지였어요.
트레일 러닝 대회 협찬, 울트라마라톤 스폰서십을 통해 전문 러너 사이에서 “산을 위한 신발”로 각인됐어요.


▫ 현재의 마케팅

2025년 글로벌 캠페인 **“Together We Fly Higher”**에서는
기술보다 **‘함께 날아오르는 감정’**을 강조했어요.
디지털·옥외·SNS를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연결이 러닝을 완성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We Are All Born to Fly” 캠페인에서는
항공 시점 촬영으로 트레일·로드 러너 모두를 포용하며,
‘모두가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감정적 내러티브를 구축했습니다.

“Fly Human Fly.”

- 기술이 감정을 끌어올릴 때, 러닝은 비로소 자유가 된다.

화면 캡처 2025-11-02 212401.png 이번시즌 호카의 마케팅 캠페인인 Together we fly higher.


호카는 태생부터 트레일 러닝의 자유를 품었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도시의 콘크리트보다 산, 바람, 노을에 더 어울리죠.
기술은 노출되지만, 결코 과시가 아니다. 그건 자신들의 ‘지형’을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3. 달리기의 지형이 만든 두 브랜드의 성격

둘 다 기술 중심의 브랜드입니다.

다만 기술이 태어난 환경이 다르죠.

그림1.png 온러닝vs호카 비교요약 (출처 : 김동숙 본인)

둘은 서로 다른 지형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달리기는 기술일까, 감정일까?”


마치며

온 러닝(On runnning)이 나를 ‘안정’시키고,

호카(Hoka) 가 나를 ‘해방’시킵니다.

결국 달리기란,
누군가에게는 정교한 리듬이고,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폭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브랜드는 서로 다른 길을 달리지만,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는 것 같네요.


이상 브랜드토커 김동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이 글은 온 과 호카 홈페이지를 비롯한 다양한 기사와 PR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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