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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Jan 22. 2021

사랑의 온도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


한 달 전쯤인가, 볼 일이 있어서 명동을 갔었다.

바쁘게 지나가는데 저 멀리 보이는 빨간 모금함.

얼마 만에 보는 모금함인지. 너무 반가웠지만 그 짧은 찰나에 나는 고민했다.

모금함에 돈을 넣을까...... 말까.

지갑에는 현금 만 삼천 원이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돈을 넣지 말아야 하는 백만 가지의 이유가 떠올랐다.

커피를 마시고 싶고

혹시 지나가다 내 사랑 붕어빵을 살 수도 있고

현금은 늘 조금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맘이 편하며

코로나로 아껴야 하고

.

.

.


쓸데없는 이유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까웠던 것이다.

결국 나는 모금함을 그냥 지나쳤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 밤, 거실에 홀로 앉아 뉴스를 틀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어떤 보도에 눈길이 갔다.


사랑의 열매 모금액 3545억..
4년 만의 목표 조기 달성


ㅎㅎㅎ


엄청 찔리고

엄청 부끄럽고

쓸데없는 나의 이기심을 반성했다.


얼마 전에는 그런 일도 있었다.

한파에 폭설이 왔던 어느 날, 서울역에서 한 노숙자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지나가던 행인에게 자판기 커피 한잔을 부탁했단다. 그런데 그 행인은 입고 있던 옷과 장갑, 현금 5만 원을 주고 떠났다고 한다.

그 찰나를 누군가가 찍어서 올린 사진을 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왔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선뜻 옷을 벗어줄 수 있었을까.


신을 믿지 않지만, 혹시 있다면 신은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신과 천사, 소위 말하는 선하고 특별한 존재들은 책에서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주위에 있었고 또한 얼마든지 있었다.


코로나로 우리는 1년을 잃어버렸다. 다들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산다. 그러나 마음만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넉넉했다. 이 어려운 상황에도 사람들은 나보다 더 어려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을 모았다. 그래서 모금 조기 달성이라는 큰 결과를 낳았다. 매 해 진행하는 모금이지만 올 해는 그 목표 달성이 아주 크고 값지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이라는 곳들도 하루에 수만 명이 확진이 되고, 수천 명이 사망한다고 뉴스가 쏟아진다.

이미 의료체계가 무너진 곳들도 여럿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든든한 의료진들과 정부의 노력 덕분 일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에 지칠 텐데도 오히려 환자들을 걱정하는 의료진들,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마스크 수칙도 잘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사재기 한 번 없고, (불만이 있을지언정) 정부 정책에도 잘 따라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나라들보다 피해가 적고 잘 버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잘 지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도 더 조심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나라는, 어려울 때 더더욱 서로서로 으쌰 으쌰 하는 모습이 좋다. 더 이상 이기적이지 않고 남을 감싸 안으며 함께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들이 뭉클하다. 배울 점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 물론 대부분은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다. 모두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이 번지는 순간이다.


결론은 언제나 이렇다.

“나만 잘하면 된다”

다들 이미 잘하고 있기에, 나만 잘하면 된다.

그리고 알고 있다.

나만 더 잘하면, 긴 터널의 끝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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