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지 May 22. 2024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킬 때

나 자신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정호에게 택배를 보낸 뒤로는 우울함이 극에 달했다.

설거지하다가도 눈물이 나왔고,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끔씩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숨을 고르게 쉴 수 없었다.

매번 컴퓨터로만 해보던 우울증 자가진단을 병원에 가서 해보기로 했다.


병원에 다닌다고 해서 내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처음 방문한 날, 내 상태가 어떤지 전문가에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과거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게 후회가 됐다.


병원에 방문한 건 늦게라도 좋은 선택이었다.

정호에게만 털어놓던 속마음을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께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약을 먹은 뒤에는 자는 동안 깨지 않고 쭉 자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밝은 척하고 집에서는 혼자 우울하게 있는 건 더 이상 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얼핏 한 번쯤 본 것 같은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매일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만 있던 생활패턴을 바꾸기로 했다.

매일 30분 이상씩 땀을 쭉 빼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

꾸준히 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땀을 쭉 빼고 난 뒤에 오는 성취감이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살도 빠지고 변화된 나의 몸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퇴사하고 아무 목표도 없이 매일매일 집에 기운없이 누워만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후에는 목표를 정해도 직장에 다닌다는 핑계로 매번 이루지 못했던 걸 하기로 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여러 사이트를 찾아서 공모전에 참여하고,

매번 사람들에게 목표라고 이야기만 했던 노무사 공부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가지 않았다.

참가한 공모전 중에서 수상을 하게 된 공모전도 있었다.

가장 뿌듯했던 점은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내가 내일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기대에 차 있던 점이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었다.

내가 우울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우울함이 전염될까 봐 애써 밝은 척을 했었다.

친구들을 매번 솔직한 모습으로 대하지 못한다는 게 마음이 무거웠다.

싫으면 싫다, 우울하면 우울하다, 서운하면 서운하다 그렇게 감정 표현조차도 제대로 못 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숨겼던 부분부터 병원에 가게 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용기 내서 이야기를 있게 것도 큰 변화였다.

호흡을 제대로 못할 때 옆에서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내 이야기를 자주 물어봐줬다.


힘들 때 혼자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청할걸!

그래도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내 자신한테 제일 고맙다.





이전 07화 도끼 열 번 찍어 내린 나무 쓰러뜨리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