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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판양 Oct 22. 2024

59초 영화제 대상_페르소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흔히 '감정 노동자'라고 부르지만

과연 이 직업의 진짜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고객을 맞이하며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감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물건을 판매하는 판촉사원이 찡그린 얼굴로 고객을 대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판촉사원은 미소를 강요받고,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 아래 

모든 고객에게 최상의 친절을 요구받습니다.

그럴 때면 나의 감정은 꽁꽁 숨긴 채, 고객을 응대해야만 합니다.

이건 단지 판촉사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객응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가면을 씁니다.

강요된 친절 속에서 나의 또 다른 자아는 점점 지치고

아프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매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마주하며

어쩌면 나의 본모습이 아닌

가짜의 나를 보여주는 듯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

 고객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내 감정을 돌아보고 나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대형마트에 일주일에 3번 출근하는 평범한 4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사실, 두 달 전까지는 일주일에 4번 출근했지만, 매출 감소로 인해 출근 횟수가 줄어들었죠.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감정노동자가 됩니다. 

내 감정보다 중요한 건 생존이기에, 제 슬픔은 그 속으로 깊이 묻힙니다.


지난주엔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제품 앞에 서면, 감정을 숨기고 고객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고객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고, 비록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미소로 인사합니다.

마트에서 고객한테 하면 안되는 3불 용어가 있습니다.

 "없어요, 안 돼요, 몰라요." 

이 3불 용어를 피하려 노력하면서도 내 감정은 더 깊이 묻힐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내게 미소를 지어줄 때, 저는 힘든 하루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내게 다가와 “너무 친절하시네요. 감사해요!”라고 말했을 때, 

제 마음속에 작은 행복이 피어났습니다.

그 순간,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음을 느꼈습니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는 때가 많습니다.

나 역시 내가 가장 힘들고, 내 일이 가장 고된 것처럼 느낄 때가 많았죠. 

하지만, 고객들이 나에게 감정노동자라고 부르더라도

내가 베푼 친절에 감사하는 고객들의 미소를 볼 때마다 제 마음속에 작은 두근거림이 자리 잡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말을 잘하는 건 기술이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는 건 예술입니다.” 

오늘도 저는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판촉 예술가입니다. 

저는 감정노동자가 아닌,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감정의 공감자입니다.


제가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존감을 가지고 일하는 판촉 예술가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당신은 소중한 존재니까요.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언젠가는 내가 하는 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2019년 키네마스터를 주식회사 한정혜 대표한테 배우고

한정혜대표가 주최한^^ 59초 영화제에서 참가해 우리 판촉사원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당당히 1등을 했다.

그 때 참가한 영화제 출품작 제목이 '페르소나' 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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