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새벽 5:20, 파도(파파도서관)은 기계처럼 일어났다. 이제 지칠 법도 한데 항상 똑같다. 신기하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을 거하게 들이키고 내 곁으로 왔다. 그리고 나에게 유기농 뽕잎을 하사한다. 무뚝뚝한 남자지만 나에게 밥을 줄 때만은 한없이 부드럽다. 밥을 한참을 열심히 흡입하고 있는데 파도가 말했다.
"안시야 오늘 새로운 친구들이 올 거야. 기대해"
"엥 무슨? 새로운 친구들이라고?, 또 뭐 샀다고?"
“내부부장관님께 승인은 받은 거야? 혼나려고?"
“걱정 마… 완벽하게 처리할 거야! 가족들 아무도 눈치 못 챌 거야. 확실해!”
파도가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불안했다. 가정의 화목이 깨지는 날에는 나에게 밥도 주지 않을 거고, 어항 청소도 하지 않을 테니, 결국 나에게 무조건 손해인 것이었다.
비밀 작전이 수행되다
아점을 먹고 난 나른한 오후, 가족들이 모두 각방에 들어가 게임을 하고 핸드폰을 보고 놀고 있었다. 파도가 갑자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갑자기 눈빛이 변했다.
"지금이 기회다"
파도는 거실 창고로 빛의 속도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 손에 비닐봉지와 가위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파도? 도대체 뭐야? 새로운 친구라고?”
도대체 뭘까? 너무 궁금해서 파도의 손에 있는 비닐봉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참내, 그러고 보니 이게 뭐라고 007 작전을 수행하는 '제임스 본드'처럼 파도는 긴장하고 있었고, 나는 그걸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니. 인생이 원래 이렇게 사소한 것들의 연속일까? 그건 그렇고. 아무튼...
파도는 이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친구들이 들어있는 비닐봉지의 가장 윗부분을 익숙한 가위질로 빠르게 잘랐다. 그리고 나자마자 내가 살고 있는 어항 위로 빠르게 투입시켰다. 거의 5초도 걸리지 않는 날렵 함이었다. 어떻게 이런 육중한 몸으로, 나비처럼 부드럽고 빠른 손놀림이 가능한지 놀라웠다. 이건 분명히, 진심으로 무언가를 바라고 있을 때 일어나는 '기적' 과도 같은 행위 아니던가?
괴생명체가 하늘 위에서 춤을 추네 ~
내 머리 위에 갑자기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항 조명 빛이 가려졌다. 한순간에 어둠이 찾아왔다. 나는 작은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고개를 들어 어항 위 물표면을 쳐다봤다. 머리 위에는 마치 SF 영화에서 출몰하던 UFO 모양의 괴생명체가 검은 뿌리를 한껏 뽐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아 이게 네 친구라고? 파도 이게 뭐야? 응 말 좀 해 바"
"야 좀 조용히 좀 말해! 와이프랑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된다고!"
"이 친구들이 너희들을 구원해 주는 수호신들이야! 왼쪽 수염이 더 진한 친구는 부레옥잠, 그 옆이 물배추야."
"요즘 내가 토익공부다, 글쓰기다, 책 읽기 하느라 어항 청소를 못해주잖아. 미안해. 대신 엄청난 능력의 친구들이 너희들을 살기 좋게 해 줄 거야. 이 친구들은 잔뿌리가 많아 너희들이 배출한 똥을 흡수하여 물을 정화시켜 줄 거라고 기대해도 좋아"
"정말? 아 우리 친구 몬스테라처럼?"
"오호~ 안시 너 나처럼 똑똑한데? 요즘 책 좀 읽고 공부 좀 하나 봐!"
"맞아. 딱 그 원리야. 하지만 몬스테라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 무엇보다 개체 번식이 빠르다고 해 ~ "
안시야 건강해야 돼
"안시야! 친구들과 잘 지내고 건강해라. 알지? 아직 너의 물고기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도록! 네가 용궁으로 휙 ~ 가버리면 안 된단 말이야. 흐흐흐”
안시는 이제 새로운 친구들의 뿌리에도 다정하게 키스를 한다. 커다란 재앙과 습격인 줄 알았던 그들은 외모와는 다른 게, 참 다정한 친구들이라는 것을 안시와 나는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