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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Apr 17. 2024

브레멘

브레멘



멀리서 어디선가 겨우 왔으므로 

무엇보다 오래 버려졌으므로 

지치고 늙어 있었다 


늙은 수탉은 

울었다 

개도 고양이도 따라 울었다 

털이 젖을 만큼 울었다 


당나귀는 

도둑과 마주쳤지만 

찬란한 태양 한 조각은

빼앗기지 않고 등에 두었다 


기진맥진했지만 

쫓기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구걸하는 소리로 들려 

피하거나, 하찮게 여겼다


노래의 입김 

브레멘의 보도블록 틈 

풀 씨 하나 틔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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