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
손이 변형된 사람이었다. 골드 크림을 바른 것도 아닌데 기름지게 번들거렸다. 화상과 절단을 반복하다 겨우 아문 손이었다. 다섯 손가락의 균형이 어그러진 얇고 긴 검지. 손톱 속에서 심지가 자라는 양초. 후 하고 그의 검지를 붙들고 불어주고 싶었다. 그가 손을 동그랗게 말다 주먹을 꼭 쥐었다. 주먹 안에 검지가 하나 더 들어 있을 것만 같다. 내 검지를 걸어요. 당신을 생각하며 시를 쓸게요.
어…어…어
그가 오토바이에 식재료를 잔뜩 싣고 가다가 내 앞에서 넘어졌다. 사람들이 몰려왔고 나는 마스크를 안 쓰고 있어서 입을 벌려 머리를 집어넣고 팔을 뻗어 나무인 척했다. 그게 통했다. 그와 둘이 있게 되어 머리를 꺼냈다. 단발이었는데 머리가 제법 길어 있었다. 그 앞에서는 나를 숨기지 않고 보일 수 있었고,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었다.
“단발이 나아요? 긴 게 나아요?”
“둘 다 잘 어울려요.”
그와 동행했다. 구멍가게가 보이면 그는 오토바이를 세우고 들어갔다. 나올 땐 매번 빈 손으로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찾는 듯했는데 나는 별 관심 없었다.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손을 펼치자,
희미한 풀냄새
무언가 떠오르려다 말고 떠오르려다 말고
검지를 건 약속은 지킨 셈이다.
이게 시라면
검지를 뻗으니 새가 날아온다
새가 희미해 질까 봐
새의 발에 검지를 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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