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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Apr 10. 2024

돌 보러

돌 보러


모래가 돌이 돼

모래가 돌이 된다고 

모래가 돌이 된다니까  


우길 줄도 아는 사람이네

한 알의 모래가 몸집이 불어나 돌이 되거나 

모래가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당겨 돌이 되는 시간을 가늠했다  


모래가 다 돌이 되고 

결국 돌만 남을 거라고 했다

슬픔을 말하는구나

 

장갑 한 짝이 없었다 

잃어버릴 줄 알았다면 

잃은 걸까 버린 걸까 


기억에 없는 꿈이 돌이 되었다 

한 줌 돌을 그의 손등 위에 얹어주었다 

그는 꼼짝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손이 시리다 해서 장갑 한 짝을 그에게 내밀었다 

작을 거라며 안 끼려 하던 장갑은 그에게 꼭 맞았고

여러 개의 돌이 얼굴에서 빠져나온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말없이 말없는 돌을 보며 우리는 

몇 개의 얼굴을 내려놓았다

그것을 다시 주웠는지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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