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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Jul 13. 2024

세 번만 부르면

세 번만 부르면  



당신 뒷모습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군요


죽어서도 

반짝이는 

매미 

해바라기가 나왔다

능소화도 나오던 중

몇몇 꽃송이 

바닥에 퐁퐁 떨어뜨린다

 

개미들 몰려나와 

매미를 에워싼다


최초로 죽은 매미를 발견한 개미는

어디에서 무얼 하다 

매미 죽음 냄새를 맡았을까 


새벽 깊고 어두운 엄마 기침은 

나를 고분고분하게 


고분고분 

고분고분

반성문 쓰는 뒷모습


새로 태어나고 싶다 


단순하게 먹고

다정하게 말하고

필요한 걸 하는 사람


여름에는 복숭아와 자두를 사고

옥수수와 행주를 삶는

뒷모습으로 사는 사람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울음이 어쩌다 노래로 흘러

여름 새처럼 울게 된 사람 


그 새 

뒷모습

그 새 

그림자 


내가 울적해하면 

엄마는 딴 소리를 했다

배롱나무는 세 번 꽃이 핀다


나와 상관없이 들리던 이야기

배롱나무는 세 번 꽃이 핀다

한 번 

배롱나무는 세 번 꽃이 핀다

두 번 

배롱나무는 세 번 꽃이 핀다

세 번 


세 번만 부르면 배롱나무는 

하루 딱 세 번 오는 마을버스 


아침 지나 

한 낮 지나 

저녁 지나   


꽃이 

한 번 지고 

두 번 지나 

세 번 지면

가을이 오는 거야 

엄마는 그렇다고 했다 


절망 

한 번 

절망 

두 번 

절망 

세 번 


절망도 세 번만 부르면, 

대서와 입추 사이 

비어있는  

절기 이름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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