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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투정

by 고라니

오타 투정




말을 걸고 깊어 책을 보냈다

최대한 말꼬리를 이어가려고 애썼다


그러는 사이

조급히 늙어갔다

외출도 줄었다


구름 구름

주름 주름


구름진 얼굴과 주름진 마음

아니면

주름진 얼굴과 구름진 마음


책은 꾸준히 잃고 깊다

나는 꾸준히 낡고 못 난다


이제는 책을 보내고 싶어 말을 건다

최소한으로 말하고

최대한으로 책을 보낸다

책장에서 책이 준다


누가 발견할까 부끄러웠지만

내가 먼저 보는 오타는 괜찮다

굳이 고치지 않는다

상상한 것뿐이라고 믿는다


쓰지 앉는 것보다

오타를 낳는 게 낳다


납작해진 뽁뽁이로 둘둘 말린 책

내가 터뜨릴 게 없다

나도 그런 뽁뽁이로 책을 둘둘 말아 보낸 적이 있다


웃음이 낮다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사람을 발견했다


내가 읽은 책을 거기로 보내면

읽어야 할 책을 여기로 보낸다


주고받기

내가 더 많이 받는 것 같아

열심히 책을 읽어

읽은 책을 잃는다


잃은 책이 읽은 책

잃은 삶도 읽은 삶

잃은 마음도 읽은 마음

잃은 얼굴도 읽은 얼굴

잃은 사랑도 읽은 사랑


깊은 마음 싶은 마음


어느 것이 오타인지 아닌지


잃다와 읽다가 뒤섞이고

싶다와 깊다로

오타 넘치는 바다에서

서서히 문어가 되고 깊다


먹물로 바다에 잃어버릴 글을 쓰고

잃어버린 글 속을 파고들어

사랑에 붙고 깊다


일렁이는 바다에서

노래노래 슬프고 다정하게


가끔가끔 여기를 잃고

차츰차츰 거기를 읽으며


잃고 읽으며

읽고 읽으며


깜빡깜빡

여기 거기


말을 잃고

책을 잃는다


그에게 아직

짝 틔우지 않은

오타 투정인 씨앗이

출발하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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