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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Oct 28. 2024

푸러지는 것은 모두 부정한 것들 뿐

4부 거울 보고 하울링

  획으로 이어진 삶은 아름답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오늘도 뻔한 해가 뜨고 뻔하게 무너지며 뻔뻔하게 아침식사를 마치는 오전.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고 기다리는 것도 없어, 빈 종이를 꺼내 미로를 그렸다. 뻔한 자화상, 뭐 그런 거였다. 이런 건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이기적인 거라고 했다. 또 보기 안 좋다고도 했다. 그런데, 쓰고 싶은 걸 쓰고 뱉고 싶은 걸 뱉지 못할 거면 손목을 잘리는 게 더 행운이지 않을까? 누구를 위해 내 눈이 깜빡이는지, 내일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 밖에 안 보인다. 그런 거다, 역겹다면 역겨운. 이기적이면 이기적인. 사실 틀린 말은 없다. 이런 게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일 리가.


 처음 떠오른 감상이 고통이었다면

 망설임은 없었을 것이다.


 단번에 칼을 들어

 손목을 댕강. 또는 쓱싹쓱싹.

 그런데,


 떠오른 것은 날 말리러 온 가족들을 뿌리치며

 광기에 젖어 손목을 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손목이 너무 간지럽다. 미친 듯이 간지럽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이 나갈 것처럼 간지럽다. 자르거나 잡아야 한다.

 그래서,

 결국 잡고 쓰니 쉰 번째 유서 따위를 썼다.


쉰 번째 유서


  50/50 확률은 반이다.

  죽거나 살거나

  근데 여기까지 왔으면 아마

  벌레같이 살다 뒤질 것 같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꽃으로 지고 싶었다.


  그런데 보라,


  사람으로 태어나

  벌레가 되었고

  번데기로 뒤질 처지다.


  프란츠, 너 혹시 미래를 봤냐?

  카프카, 너 혹시 나를 봤냐?


  변신은 나를 보고 쓴 실화였을까.


  아니겠지, 이건 내 탄생이니까. 그래

  이건 내 탄생이야. 나의 완전한 변태

  나의 완벽한 변신이야.


  그런데 그 소설의 결말은 뭐였지.

  결국 죽었었나? 아니면 살았었나?

  그런데 이 끝의 결말은 뭐지?

  나 살아있나? 아니면 죽은 건가?

  대체 뭐가 맞는 걸까?


  50/50


  죽지는 않았지만 人命은 끝났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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