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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Nov 24. 2023

창 밖에서 들리는 야옹

일 하면서 우아하게 숨 쉬는 법

  아침에 일어나면 창 문을 열어요. 창문을 열고, 양치를 하고 따뜻한 물을 한 컵 들고 자리에 앉아요. 그렇게 일을 시작해요. 문뜩 열어 놓은 창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고양이의 야옹 하는 울음소리가 멈출 생각을 안았어요. 정말 가까이 있는 울음소리였어요. 일을 하는데 아주 조금 거슬렸어요. 그래서 창 문 밖으로 다가갔어요. 하얀 모자를 쓴 사람의 형태를 보았어요. 그가 부스럭거리고 있었고, 고양이는 울고 있었어요. 인기척에 적잖이 당황해 열어 두었던 창 문을 서둘러 닫았어요. 닫은 뒤에도 긴 시간 동안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어요.


  시간이 조금 흘렀어요. 오전 업무가 끝나, 점심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신경 쓰이던 고양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닫았던 창 문을 열고 살짝 살펴보았는데, 하얀 모자는 보이지 않았어요. 벽을 하나 두고 은밀하게 무언가 하던 장소가 궁금했어요. 밥을 먹기 전에 나가보기로 했어요. 슬리퍼에 후드집업으로 나온 밖은 추웠어요. 이 추운 날씨에 그는 무엇을 했을까. 분명 집을 만들어 주고, 먹이를 줬을 것이라 확신했어요. 왜냐하면 그날은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라 박스 등이 왕창 버려 저 있었거든요. 그 은밀한 장소를 가며, 하필 왜 내 방 앞에 있는 곳에서 그럴까 하는 불만 아닌 불만을 속으로 읊었어요. 하필이면. 


  내 방의 벽을 마주한, 아주 작은 은밀한 공간에는. 제법 집 다운 집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고양이 집이.


   다행히도 고양이 집에는 고양이가 없었어요. 외출을 했나 봐요. 배 부른 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고양이 집에는 깔개와 먹이 그리고 물까지 있었어요. 정성 것 만들어진 집이기에 흐린 눈을 하기로 했어요. 추워서 눈을 감은 것은 아니에요. 고양이 집이 버려진 박스로 덕지덕지 쓰레기 집처럼 만들어져 있었다면, 부쉈을지도 몰라요. 아니. 경비아저씨한테 일렀을 거예요. 고양이가 불법 건축물을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둥지를 트었다고 일렀을 거예요. 나도 없는 집을 감히 고양이가! 하면서요. 내가 불편함을 고 하면 사라질 그 고양이 집은 따뜻해 보였어요. 밖은 추우니까. 겨울이니까. 그냥. 비밀로 하기로 했어요. 경비 아저씨가 본다면 철거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기를 나 역시 소원하게 됐어요.


  어느 날은 고양이가 그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기분이 좋은가 봐요. 혼자만 기분이 좋아서 그르릉 되는 걸 테지만, 내가 엿듣고 있는 건 죽어도 모를 거예요. 그러다 문뜩 인기척이 느껴지는 부스럭에 고양이는 또 야옹 하고 울어요. 그 사람은 할 일이 없나 봐요. 아침마다 찾아오는 걸 보면. 아마 나의 존재를 모를 거예요. 나는 그가 지난겨울에 하얀 모자를 쓰고 무엇을 했는지 알아요. 


  야옹하는 소리가 이제는 그냥 그래요. 그러다 문뜩 창 밖을 내다보았고, 고양이 집이 바뀐 것을 알아차렸어요. 거기에는 고양이가 없었어요. 나는 아직 고양이가 무슨 색의 고양이인지 몰라요. 그만 아는 고양이일 테지만, 나는 그 고양이의 그르릉 소리를 알아요. 아마 그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예요. 인기척에는 야옹만 하거든요. 오늘은 그르릉 소리가 들린다면, 어느 고양이가 살고 있는지 인사할 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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