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남편. 남의 편

나의 아빠. 이 남자 어쩜 이렇게 엄마랑 안 맞을까.

by 트래블메이커

엄마의 남편. 나의 아빠.


"엄마는 아빠를 처음 어디서 만났어? "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다가 만났지. "


<58년생 엄마가 결혼 후 바랐던 것들>

1. 한 달에 한 번씩 영화관 가기

2. 여행 자주 다니기

3. 같은 취미 갖기


이 남자에개는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었을까. 아빠는 여행을 TV로 다니고, 취미 생활은 조기축구다. 어쩌면 이렇게 엄마랑 안 맞을 수가 있을까.


35년전, 1983년 동대문시장.


각각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청년 둘.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남자의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에 골인.



처음에 엄마는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의 말로는 엄마를 좋아하는 남자가 몇 명 더 있었고, 아빠는 그중 하나였는데 아빠가 가장 적극적(공격적)이었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를 보자마자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냥 무작정 엄마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막무가내 정신이 강한 아빠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 같다.


아빠는 엄마와 결혼을 하기 위해 종교까지 바꾸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유명 사찰을 돌아다니며 진심으로 기도를 하는 정성까지 보였다고 한다. 아빠의 기도발이 먹혀서 일까. 엄마는 마음을 열었고, 결혼까지 하게 된 것. 물론 엄마와 아빠는 그 당시에 너무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을 것이다.


1984년. 엄마와 아빠. 곱고 멋지다.


엄마에게 지나온 30여 년의 결혼생활에 대해 물었다. ‘너희들 때문에 참고 살았어.'라고 했다.

부부의 문제는 부부만이 알기에, 한쪽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무조건 엄마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아빠를 선택한 것 또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시각에서

엄마가 새벽 장사를 하러 나간 사이, 아빠는 공장을 조율하며 우리를 돌봤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가장으로서 보이지 않은 조연을 맡았다. 8번째 막내아들오 태어나 아빠를 일찍이 여읜 사람이 엄마를 대신해 두 아이의 양육을 맡았다. 아빠의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리고 그 수고로움을 깊이 이해한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빠는 부모라는 역할이 낯설고 힘들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 글을 빌려 아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의 시각에서

엄마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는 엄마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독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절약정신은 말할 것도 없다.


엄마와 아빠는 먹고살기 위해 꽤 긴 시간 동안 주말부부가 아닌 밤낮 부부라는 세월을 20년 넘게 보냈다. 그리고 내 기억에 남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도 많다.


언젠가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소리가 너무 무서웠던 나는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었다. 내 어렸을 적 일기장에는 아빠가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아빠는 술을 참 많이 마셨다.



내가 결혼을 하고 한 남자와 살아보니 엄마를 한 여자로 바라보게 된다. 엄마에 대한 내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그동안 엄마를 '엄마'라는 틀에 가둬놓고 생각한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왜 엄마는 항상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엄마는 아빠와 어떤 결혼생활을 꿈꾸었을까? 엄마는 아빠와 왜 결혼했을까? 지금은 행복할까? 혹시 황혼이혼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을까?



엄마를 한 여자로 바라보는 것.

이게 58년생금정이를 이해하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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