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비 오는 날 기약 없는 우산을 기다리는 마음
여전히 기다림이 제법 버거운 오늘
이젠 고마운 아들은 온 데 간데없고
우산 같은 인사도 없이
비를 다시 세차게 맞던지
누군가의 내민 손만 바라봐야 한다
젖으면 젖은 대로
누군가 보이면 먼저 말 걸고 우산 나누어 달라고 말하며 산다
부끄러움을 잊은 지 오래다
나누어 주신 손 길에 늘 고마울 뿐
아직도 이러고 우산을 기다린다
-<우산을 기다리는 마음>-
가을비가 예보되었습니다. 계절이 후다닥 건너가는 요즘을 간절기라 한다지요. 이 간절기에 작은 우산을 챙겨 길을 나서는 습관이 제법 몸에 익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비 맞는 일이 그렇게 싫어지더군요. 옷이 젖어들면 마음도 젖어드는 것 같아 그런 듯합니다.
어릴 적 우산 챙기지 않은 비 오는 하굣길은 늘 낭패였습니다. 어느 하루 한 번도 저희 집에선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 기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특히 모친은 시부모님 봉양을 이유로 아이를 챙기기 어렵다 늘 말씀하셨지요. 그 비 오는 날 방법은 딱 두 가지. 비를 젖도록 맞으며 달음질해 집으로 달려가거나, 누가 손 내밀어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학교 건물 처마 밑에서 서성이며 주위를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대부분 비사이로 막가가 된 자기 최면으로 달리기 일쑤였지요.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이 그처럼 어려웠습니다. 아무도 우산 마중 없는 처지를 들키기 싫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궂은날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젖더라도 혼자 해결하려 서두르다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젖지 않으려 손 내밀어 봅니다.
우산 내밀어 주시는 모든 손길이 감사와 은혜가 됩니다. 그래서 참 감사합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사족) 매주 화요일은 병원 진료일이라 '이른 아침 생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