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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규 Apr 12. 2024

고터꽃시장 속 특별한 엔진, 지원반

"빵~ 빵~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전지적 플라워 시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터꽃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직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게요. 고터꽃시장은 작은 사회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필요에 의해 탄생한 역할들이 얽히고설켜 신비로운 유니버스를 만들어내게 된 겁니다.


 몇 년 전 블로그에서 고터꽃시장 유니버스에 대한 콘텐츠를 꼭 공유하리라 다짐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도 프롤로그를 작성할 때 즈음이었을 겁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최근에 들어서야 만화로 다루고 글로 다루다니.. 좀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여하튼 고터꽃시장에는 드러나지 않게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들이 바로 “지원반”입니다. 지원반은 고터꽃시장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엔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이들의 역할은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자 가지고 있는 강점(차량 소유 여부 등)에 따라 수요가 다릅니다(예를 들어 다마스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지원반의 경우 수요가 많기 때문에 예약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음)


그럼 이제 지원반에 대해서 만화와 함께 설명해 드리도록 할게요.


 고터꽃시장 유니버스 01 - 고터꽃시장 속 숨은 엔진

명칭 : 지원반 (과거 : 용달)

명칭이 변경된 이유 : 좀 더 친근감 있는 이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명칭을 공모받아 선정하게 되었음

역할 : 생화 대리 수거, 생화 운반, 영수증 대리 배부 등

2018년 초 변경안

 사실 지원반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생화 수거 및 운반이에요. 도매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업자의 특성상 꽃을 많이 사입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하는 지원반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된 겁니다.


 *바쁜 시기(5월 특수)에는 지원반을 선점하기 위해서 경쟁이 일어나기도 함

 만화에서는 지하철 퀵이라고 소개를 했지만 실제로는 "실버 퀵"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고터꽃시장에 상주하는 지하철 퀵 아저씨들은 대부분 노인이기 때문이에요.


 나이가 많은 남성으로 자연스레 구성이 된 이유는 꽃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이동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는 확실히 다른 세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만약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지하철 퀵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지하철 요금을 왕복으로 지출해야 할 거예요. 그러면 순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겁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무임승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여러 이점을 누리게 돼요. 다만 체력적인 부분이나 소통에서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실버퀵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네요.

 터미널 택배는 보통 지방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택배 비용이 꽤나 비싸기 때문에 박스 단위로 사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소요되는 금액은 한 박스당 2만 원 정도입니다.


 터미널 택배는 만화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꽃집(지방)에서 지방 터미널까지 배송 6단계를 거치게 돼요.

 

 고터꽃시장에서 꽃을 판매하는 도매상인들은 개장 시간 동안 매대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반을 이용하게 됩니다. 만약 지원반이 없었다면 지방 배송을 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인력을 충당했을 거예요.


 즉, 고터꽃시장 운영 구조의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터미널 택배 접수를 대신해 주는 지원반이 생겨나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간이영수증 대리 배분은 주로 결산 시즌 때 목격할 수 있어요. “대리 배분”은 지원반이 영수증 뭉치를 들고 시장을 재빠르게 돌면서 각 매장에 필요한 영수증 자료를 대신 전해 주는 거예요. 만약 사업자가 시장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나눠주게 되면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어요. 이는 꽃시장이 생각보다 복잡한 공간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시장 바닥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시장길이 훤해진 지원반에게 부탁하는 것은 시간을 버는 행동이 된 거죠

 앞서 말했듯이 고터꽃시장에 상주하는 지원반은 나이대가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통의 오류는 꽃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 입장 차이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어요. 꽃을 파는 상인과 꽃을 구매하는 사업자는 꽃이 안전하게 잘 운송되기를 바라지만, 운송하는 지원반은 꽃의 안전보다는 속도를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에요.



A 상인 : "아저씨~ 이 꽃 카라니까 좀 조심해서 운반해 주세요"

 *여기서 카라는 부케에 들어가는 고급 꽃을 말하며 얼굴(꽃)이 쉽게 상처를 입을 수 있어요


지원반 : "알았어 알았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XX매장~~ 꽃 주세요~ (꽃을 대충 눌러 담는다)

 *한 곳이 아닌 여러 매장에 들르면서 꽃을 수거하기 때문에 꽃이 뒤섞이거나 손상될 수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꽃쌤들에게 약한 꽃들을 직접 가져가라고 권장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꽃을 안전하게 챙겨 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만, 그 요청들이 쌓이면 결국 흘려버릴 수밖에 없어요. 이는 너무 많은 조건들을 다 수용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원반을 100% 믿고 모든 꽃을 맡기지 말라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단순히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 한계점을 이해해 주고 이슈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거예요.


 이 정도만 알아주면 지원반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네요. 그럼 여기까지 정리하겠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작약과 관련된 얘기를 좀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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