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생 1년 차- 덕분에 제대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어.
첫아이가 백일이 되었을 때쯤이었다. 눈을 맞추며 작은 입으로 옹알이를 하는 아이를 보며 벅찬 감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꼭 나를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랑의 언어를 퍼붓는 것만 같았다. 이후 아이의 시선은 늘 나를 향했고 불안하거나 졸릴 때는 울음으로 나를 찾았다. 아이가 6개월이 지나면서 낯을 가리기 시작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았던 아이가 나를 엄마로 인식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나만 찾는 아이 때문에 쉴 틈이 없었지만 내가 아이에게 전부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향한 아이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낀 것이다. 특히 모유를 먹일 때조차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마주할 때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으로 퍼졌다. 내 몸속의 사랑을 전부 내어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이렇게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마도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의 나는 없는 자존감을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모르니 당연히 다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리 없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잘못된 사람이라 단정 짓고 선을 그어버리기도 했으며 뒤에서 욕하고 비난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다행히 내 주위에는 그런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이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주었던 것을 모르고 내가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라 속단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이었던 내가 타인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된 것이 엄마가 되어서부터인 것 같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낳은 아이들이었지만 하나같이 달랐다. 예민하거나 유순하거나, 많이 먹거나 입이 짧거나, 잠이 없거나 잠이 많거나, 활동적이거나 하는 등 기질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가지고 태어났다. 첫아이는 예민하고 잠이 없고 많이 먹는 아이였다. 둘째는 그런 형보다는 덜 예민했지만 더 많이 먹었고 혼합수유를 하던 형이랑은 달리 모유만 먹었다. 그에 비해 셋째는 유순하고 잠이 많지만 입이 짧았다. 그래서 순한 셋째를 키우며 나는 넷째까지 낳을 용기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넷째는 또 얼마나 순할까 기대했지만 예상 밖으로 넷 중에 가장 예민하고 잠이 없는 아이로 태어났다. 덕분에 가족계획이 단호하게 끝이 났지만 말이다. 이런 아이들의 기질을 파악하고는 최대한 그에 맞춘 육아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니 내가 버티려면 그래야만 했다. '아, 얘는 예민한 아이라서 그렇구나.'라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해야 육아도 수월해지고 내 마음도 편해지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어 자연스럽게 타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뒤집기를 하고 기고 잡고 일어서기까지 했다.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표정과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했으며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모든 발달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돕고 응원하는 게 바로 엄마인 나였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는 아낌없이 돕고 작은 성과에도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넘어져 우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괜찮다며 달래주는 것도 나의 역할이었다. 엄마로서 변해하는 내 모습은 안중에도 없이 눈으로는 아이를 쫒고 머리로는 아이를 생각하기 바빴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곁에서 도우려 노력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 엄마성장보고서: 엄마인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