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최갑수 시인
낭비.
예전엔 이 말이 참 싫었다.
그중에도 시간 낭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들을 못 참았다.
늦게 도착한 이들에게 언제나 화를 냈다.
살다 보니 낭비...
그게 바로 인생의 즐거움이더군.
그중에 가장 큰 즐거움이 시간을 물 쓰듯 펑펑 쓰는 것이더군.
노을을 헤쳐가는 새들.
빙하에서 미끄럼을 타는 펭귄들.
해변에서 마냥 졸고 있는 바다사자들.
진정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더군.
헤어지고 버리고 떠나고 다시 만나고
때로는 서로를 놓치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낭비는 당신.
여행 그리고 음악.
곧 사라지고 말 것들.
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그것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당신을 기다리는 데 사용했던 유용한 시간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내 그림자와 함께 낭비했던 시간들이여.
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중 )
(사진출처;네이버 드라마 '도깨비' 장면)
미련스런 사랑 -바다에 지는 별~☆
그대를 오랜 시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그 날은 그대를 기다리려고 작정하고 책까지 준비해서 갔던 날이지요.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그대가 없는 그 곳에서 나는 그대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책이 대답을 해 주더군요.
당신은 오지 않을거라고요.
나는 안다고 했습니다.
책이 물었습니다.
오지 않을 그대를 왜 기다리느냐고.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책을 덮고 그대에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씁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미련스럽고, 바보스럽다는 걸 알지만 그대를 사랑한다고.
나를 많이 울게 할 그대라는 걸 알지만
나는 그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그대를 가슴에 품던 날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