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첫사랑이야
“너는 첫사랑이 언제야?”
“난 너야”
“거짓말....”
"진짜로!"
자주 일어나는 레퍼토리. 그럼 나는 언제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매번 이런 질문에는 당황스럽기만 해. 숨기고 싶거나 그런 게 아닌데 말이야.
첫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이잖아. 그럼 사랑의 정의는 뭘까.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되어있기는 하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그럼 이 질문에 대한 대안을 여러 개 생각해보자.
유치원에서 생일파티를 열어 얼어붙은 표정으로 뽀뽀를 받고 있는 어릴 적 생일 기념사진의 그녀라고 해야 하나. 같은 반에 있던 여자 아이였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긴 하네. 나름 반에서 제일 예쁜 아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아니면 초등학교 때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설날에 받은 세뱃돈을 아껴서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CD를 사서 선물했던 그녀가 첫사랑인가. 뭔가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름 생각해서 산 거였었는데 말이야. 여자 친구라고 나름 이벤트도 하고 그랬었지.
그것도 아니라면 중학교 시절 성당에서 만났던 그 누나라고 해야 하나. 주말만 기다려지고 생각만 해도 설레었었는데. 집에서 미리 연습해간 연주곡을 틈만 나면 성당 구석에 있는 피아노로 연주하곤 했었어. 멋있어 보이려고 그땐 정말 애썼었지.
현재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의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아직 올바로 정의되지는 않았다. 왜일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정말로 첫사랑이었던 걸까.
언제나 새로운 사랑은 설레고, 놀랍고, 당황스러워. 그게 아니라면 나는 왜 매번 아프고, 매번 설레는 걸까 싶어. 결국 '새롭기'때문인 거 같아.
이전 연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정말 사랑만을 위한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는 달리 결국 또 같은 연애를 하고 비슷한 문제들로 싸우고, 스스로 자책하다가 가끔은 상대에게 상처를 입고 입히는 반복. 이럴 때 보면 나는 참 안 변하고 사람은 모두 같지 않다는 걸 느끼곤 해. 사랑도 그렇고.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설레고, 궁금하고, 사랑해. 이전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러니까 나는 ‘첫사랑’이 언제인지 모르겠고, 이번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야. 그만큼 나는 '나의 모습이 당황스럽고, 네가 궁금해 죽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변명처럼 들리더라도.
그게 ‘네가 첫사랑이야’라는 일곱 글자 속에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