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가는 중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봄이 왔어

by 파스칼

요즘 날씨가 너무 포근해. 언제 겨울이었나 싶을 정도로.


겨울에는 꽁꽁 싸매고, 잔뜩 움츠러들어서 하루를 보냈던 거 같은데. 늘 그렇지만 계절이 변하면 이전 계절에 내가 어땠었나 싶을 정도로 감각이 무뎌진다. 나는 사실 더위는 별로 안타고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유독 봄이 더 반가워.


겨울에는 그냥 움직이기도 싫고, 뭔가를 하려 해도 마음부터가 경직된 느낌이잖아. 크리스마스나 새해 같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그래서 언제 여름이 오려나,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보일러 요금과 그 속에서 맴도는 환기도 되지 않은 텁텁한 공기를 그만 마실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드디어 봄이 왔네.


개인적으로 봄이 왔다는 것을 느끼는 부분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기분이 좋다는 거. 적당히 쌀쌀하면서도 몸이 경직되지는 않는 정도의 온도. 그 온도가 사람을 괜히 들뜨게 하는 거 같아. 적당히 산뜻한 노래와 함께 걷다 보면 괜히 콧노래가 나오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 지나 낮이 되면 `조금 얇게 입을걸 그랬나?` 싶은 정도로 적당히 더워. 점심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몰려오고, 이 상태면 어디에 잠깐 누워도 참 잘 잠들 거 같은 그런 느낌이잖아. 대학교 때 3, 4월만 되면 점심을 먹고 공강이 되었을 때 학교 어디 그늘진 곳에 가서 캠퍼스 드라마에 나올법하게 누워있다가 잠든 적도 있긴 했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날씨네.


저녁이 되면 다시 쌀쌀해지면서 하루의 피로가 몰려오지만, 그렇다고 쳐지기보다는 상쾌한 기분이 돼서 집에 바로 들어가기에는 조금 아쉬운 거 같아. 마침 시간이 맞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맥주 한잔 하자고 하면서 만나. 조금 기온이 낮더라도 괜히 야외 테라스가 있는 곳에서 약간의 추위를 맞으면서 먹고 있으면 또 기분이 좋아.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봄이 왔어 봄이 지나가는 중.png


또 내가 봄을 느끼는 방법은 거리를 걷는 거야. 이상하게 봄이 오면 그렇게 걷고 싶더라. 풀도 파릇파릇해지고 바람도 선선하니까. 그렇게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면서 `이게 언제부터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겨울에는 추위를 버티면서 어지간히 땅만 보고 걸었구나 싶더라.


연인, 친구들이 길거리에 가득해서 다들 활기가 가득 차 있는 거리를 걸으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얻는 느낌. 그게 좋은 거 같아. 연애하기에도 너무 좋은 계절이잖아? 계절이 변하면서 얼어있던 마음도 서서히 녹은 걸까. 새로운 만남이 반가운 그런 계절이야. 적어도 나에겐.


봄은 그런 계절인 거 같아.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와서 적당히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그런 계절.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사라져 버리는.


나에겐 유독 짧게 느껴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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