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안정기
오랜만에 여행에서 만났던 언니를 만나러 경리단길에 있는 쌀 국숫집을 갔다.
남의 나라 음식을 먹어보는 것만큼 세상에서 재미난 일도 없다.
1. 여자 둘이 모이니 이번에도 역시 기승전결 남자 이야기뿐이다.
음기가 쌘 동네라 그런지, 양기를 빨아먹은 지 오래전이라 그런 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늘 변함없고 한결같은 주제이지만, 매번 들을수록 참신하고 새롭다.
그나마 야한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았던 건 비좁은 식당 탓일지도...
2.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음식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바로 사진부터 찍는다.
그렇게 음식 사진을 찍고 있으면 상대방도 무의식적으로 따라 찍는다던가,
그만 찍으라며 내게 비아냥거리던가 둘 중 하나이다.
그중 같이 따라 찍는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혼자 셀카 찍기를 좋아한다.
밥 먹다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다양한 표정을 구사할 줄 아는 천의 얼굴들이 많다.
이번에도 잠시 못 본 척해주었다.
3. 만나면 여행 이야기를 베이스로 깔고 들어간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부터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까지...
그리고 마지막에 물어보는 질문은 늘 한결같다.
"넌 다음 여행 어디로 갈 거야?"
뻔히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서 대답도 늘 한결같다.
"모르겠어. 딱히 정하고 떠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좀 재수 없지만, 은근히 간지 나서 자주 이용하는 대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