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by 곽유진 : #트라우마 #위로
제목만 봐도 아이들이 곧바로 집어 가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랬어요. 뽑기 기계에 대한 추억을 한 가지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원하는 게 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동전을 넣고 돌리는 순간만큼은 자신도 모르게 반짝이는 희망을 빌게 되지요. 도르르 떨어진 캡슐을 꺼내어 조심조심 열어볼 때의 떨림은 이내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게 현실이지만, 또다시 동전을 찾게 되는 마음은 달콤한 환호를 향해 있습니다.
어릴 때를 돌이켜 보니 그 시절의 뽑기라면 문방구나 관광지의 종이 뽑기가 있었네요. 또 다른 것으로는 설탕을 녹여 만든 왕잉어나 거북선 등의 설탕과자 뽑기가 떠오릅니다. 이건 요즘도 민속촌 같은 곳에서 만나 볼 수 있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달고나, 솜사탕, 설탕과자. 모두 최강의 단맛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네요. 그리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가게에서 파는 과자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가족들과의 나들이 때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상을 벗어난 설렘 속에서 달달함이 더해지니 발걸음도 날아올랐을 거예요.
요즘에는 관광지뿐만 아니라 대형 할인 마트나 서점 등에서도 캡슐 뽑기 기계를 볼 수 있어요. 상품들도 유행하는 캐릭터들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라서 지나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요. 뽑기 기계 앞에서는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잔뜩 부풀어 오른 채 기계를 작동시키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저도 그곳에서 동전을 찾거나 말리던 기억이 있네요. 다 자란 딸들이지만 여행하다 보면 좀 더 스케일이 큰 기계 앞에서 구경하고 있기도 해요. 다행히 필요하면 이제 자신들의 돈을 사용하지요.
그런데 1등 상품만 있는 꽝 없는 뽑기 기계라니! 그것도 500원짜리 하나로 뽑을 수 있다면, 그 매혹적인 기계 앞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주인공 희수도 뽑기 기계의 1등 상품에 대한 열망이 큰 아이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서 한 친구가 1등을 뽑아 멋진 로봇을 받는 것을 봤으니까요. 여행을 떠나면서도 뽑기 한 번만 하자고 조르던 희수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희수는 다이노폴리스 로봇이 싫어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구점 뒤의 낯선 골목길을 걷던 희수 앞에 한 남자아이가 나타납니다. 뽑기 하러 왔냐고 묻는 아이를 따라 간 문구점에는 꽝 없는 뽑기 기계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희수는 1등 상품으로 누가 몇 번 쓴 것 같은 칫솔 두 개를 받지요. 그러다가 미술 치료를 가야 할 시간이 되어 둘을 헤어지게 됩니다.
다음 날 희수는 나무 그늘이 펼쳐진 그 골목길을 다시 가보려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전날 불었던 바람을 느끼고는 눈을 감았다 떴는데 마술처럼 그 문구점이 눈앞에 있었지요. 이제 그곳에는 남자아이 대신 한 여자 아이가 있었고, 책과 색연필을 1등 상품으로 받게 돼요.
사실 희수는 마음에 큰 상처로 학교도 가지 않고 쉬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 아픔은 두 아이의 다정한 위로로 토닥임을 받습니다. 이제 미술 치료도, 치과도, 학교에도 다시 갈 용기를 가지게 되지요. 희수가 안고 있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낯설지만은 않은 두 아이의 비밀을 무엇일까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두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시 한번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그 뭉클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누구나 한 가지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요. 해맑기만 해 보이는 어린이들도 마찬가지고요. 따스한 일러스트와 함께 어우러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젖어드는 슬픔과 위로에 마음이 차오르는 책. 가족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5월에 건네고 싶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