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수 있는 힘
한국으로 마지막 출장을 왔다. 직원 역량 평가와 워크숍을 하기 위해 왔다.
틈틈이 지인들과 연락해 만난다.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고, 계획에 대해 얘기한다.
"30대 때에는 모이면, 얼마나 좋은 회사를 다니는지,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는지가 주된 관심사였어요. 그런데 40대가 되니까 맥락이 바뀌더라고요. 회사 이름은 크게 상관없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문화에서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죠."
"지난 3년이 다소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또 돌이켜 보면 아이들 관점에서 그만큼 기막힌 타이밍이 없었어요. 저희 아이들은 한국어를 완전히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를 다 잘 배웠어요. 혹시 한국에 돌아온다고 해도 유지는 될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홍콩에 간 것이 저에 대한 계획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계획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를 너무 좋게 그만두게 되었죠. 퇴직금에 보너스도 다 받게 됐고, 아직 젊고 건강하니까, 뭐든지 더 할 수 있거든요. 50이 넘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죠."
"음... 계획은 아직 명확하다기보다는 여기저기 다 알아보고 있어요. 당연히 다 알아봐야죠. 어떤 길이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열리겠지요. 그런데 이제는 같은 일보다는 뭐든지 좀 더 확장해 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산업군도 좋고 새로운 역할도 좋고... 희망해 보는 거죠. 모르죠,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어떤 일이 생길지. 언제 안 어려웠던 적 있었나요?"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명확해요. 하지만 나중에, 또 어느 정도 살다가 돌이켜 보면 잃은 것이 없다고 할 것 같아요. 솔직히 잃은 거 없어요. 힘들었던 경험들도 다 배운 거고, 이제 곧 직업도 없어질 텐데, 그것도 값진 경험이죠"
"회사는 남지 않아요. 내가 어느 회사 다녔다는 게 얼마나 남을는지... 다만 사람들은 많이 남습니다. 결국 남는 건 관계지요. 사람입니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면, 스스로 동력을 낼 수 없다. 다른 배터리를 가져다가 점프를 뛰어줘야 스스로 뛸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며 동력을 얻는다.
"J님은 걱정이 안 돼요."
하하, 정말 고맙다. 저도 잘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정신 승리가 아니라, 인생 승리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