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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를 믿나요?

아이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때

얼마 전 캐나다에 있는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큰 아이 때문에 속상하다는 것이었다.

큰 아이가 또 엄마 몰래 패드로 동영상을 보다 걸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패드 이용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큰 아이가 가끔은 엄마 몰래 패드로 동영상을 보다가 걸리곤 한다.


그 순간 내 기분이 어땠을까?


그날은 유난히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아니 실망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는 말이 더 맞다.


벌써 몇 번째야

패드를 몰래 보다 걸린 게 벌써 몇번째냐고 와이프를 다그쳤다. 

큰 아이에 대한 실망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캐나다라는 곳에 가서 패드나 보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엄마한테 여러차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그 실망과 배신감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화를 내듯 와이프한테 역정을 내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지금 기러기 생활까지 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더 주려고 노력하는데,

큰 아이는 마치 나의 노력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무기력증으로 2~3일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캐나다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조차 하는게 싫었을 정도였다.


내가 알아 보고 있는 이민정보도,

기러기 생활도,

다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일부 사람들은 아이가 패드 좀 몰래 봤다고 너무 심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맞다. 과민반응일 수 있다. 

아이니 그럴 수도 있는데, 

그날 만큼은 나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마 요즘 내가 한국에서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말로는 아이들에 대해 다 내려놓았다 했지만 나도 보통의 부모들처럼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모범생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서 그랬을 수 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캐나다에서 하는 에어쇼를 보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에어쇼를 보고 있다>

사진 속 우리 아이들은 나란히 에어쇼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그때의 분노는 눈녹듯이 사라졌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나의 아이를 믿어줄 수 있을까?

아이가 패드를 몰래 봤다고 했을 때 제일 처음에 드는 생각이 바로 "또?" 였다.

아마 부모의 그런 모습을 아이가 느낀다면 아이는 점점 더 위축될 것이고,

거짓말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런걸 알면서도 그런 순간이 다시 오면 나는 분노를 가라 앉히고 아이를 믿어줄 수 있을까?


나는 자존감이 낮다.

그런 말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자주 들었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워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믿어줘야 한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 나는 오늘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오늘 밤도 두통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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