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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플랑 Jan 13. 2019

익숙해질 수 없다

8층 서병동의 '그 환자'가 죽었대. 새벽 세시에 M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 환자라니, 누구? 하고 답장을 보내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아뿔싸, 하는 사이에 쿵 하고 2층 침대 바닥에 이마를 또 찧었다.


이번 주만 벌써 세 번째다. 새로 바뀐 침대의 높이가 너무 낮아 꼭 이렇게 잠에서 깰 때마다 머리를 부딛힌다. 2층에 누워 자던 2년차 선생님이 끙,하고 돌아눕는다.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비척거리며 수건과 속옷을 챙겨 샤워실로 걸어갔다. 그 환자라면, 누구지? 818호의 섬망 환자일까? 아냐, 그 사람, 퇴원했어. 퇴원한지 한참 됐어. 어디 요양병원으로 갔다는 것 같던데.




새벽 다섯시 반의 샤워실은 잠이 덜 깬 전공의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운이 좋아 오늘 머리를 감고 회진을 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충 씻고 나오니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몇 개 와 있었다. M에게서다.

'기억 안나? 네가 보던 환자잖아.'


머리를 말리다 말고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온다. 기억나. 할아버지가 웃던 소리도, 내게 쥐어 주던 사탕도, 꼬깃하게 접은 쪽지에 고맙다고 써있던 것도. 전부 다 기억이 나.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말고, 기억나냐고 물어 보지도 마. 괜찮지 않아. 절대로 괜찮지가 않다고.


익숙해 질 수 없다. 나는 아무래도 도저히 죽음에 익숙해 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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