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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플랑 Oct 24. 2021

새벽 두 시 김밥 클럽

 응급 간 이식 수술에 보조로 들어갔다가 새벽 두시에 풀려났다. 뇌사자 이식 수술이 있는 날은 원래 도시락을 시켜 주는데 오늘은 김밥만 배달이 왔다. 한 줄 얻어서 수술방 휴게실에서 불도 켜지 않고 김밥을 철근처럼 씹어 먹고 있는데 누군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멀리서나마 실루엣을 보니 마취과 전공의 선생님인 것 같은데 그분도 불을 안 켜고 휴게실 구석 책상에 앉아 김밥을 씹기 시작한다. 한동안 단무지 씹는 소리만 깜깜한 수술방 휴게실을 가득 채웠다. 말하자면 우리는 새벽 두시 김밥 클럽, 아아 생명을 살리고자 오늘도 열심히 병원을 지키는 정의의 히어로들! 애써 이런 생각을 하며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시작될 내일에 대한 걱정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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